더불어민주당 4선의 송영길 의원이 신한울 원전 3·4호기 건설 필요성을 제기한 데 대해 청와대·여당이 거부 입장을 밝히자, 이 문제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다시 주장했다. 정부의 무모한 탈(脫)원전을 놓고 여권 내에서도 반대 기류가 일고 있는 모습이다.
송 의원은 11일 원자력계 신년인사회에서 “미세먼지 주범인 노후 화력발전소와 원전을 조기 퇴출시키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하자”고 말했다. 그러나 청와대는 “원전 문제는 공론화위원회를 통해 정리된 사안으로 추가 논의가 불필요하다”고 일축했다. 이해찬 민주당 대표도 “공론화로 결정된 만큼 신중해야 한다”며 비판했다.
하지만 송 의원은 15일 페이스북을 통해 이를 반박하고, 신한울 3·4호기를 건설해야 한다는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그는 “신고리 5·6호기 문제에 한정·집중됐던 공론화위에서 신한울 3·4호기는 공식 의제로 논의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미 설계·부지 조성을 마친 신한울 3·4호기의 7000억 원에 이르는 매몰 비용도 제대로 검토된 적이 없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화력발전을 재생에너지로 대체하는 과정에서 원전이 장기간 공존돼야 한다. 생산단가가 높은 재생에너지는 전기료 인상이 불가피하고 중장기 에너지믹스·균형정책이 요구된다”고 말했다.
송 의원의 핵심을 짚은 문제 제기다. 문재인 정부가 반핵(反核) 이념으로 일방 강행하고 있는 탈원전은 어떤 국민 의견 수렴 절차도 없었다. 청와대가 주장하는 공론은 2017년 10월 ‘신고리 5·6호기 공론화위원회’의 결론을 말한다. 당시 공론화위는 정부가 중단시킨 신고리 5·6호기 공사를 공론조사와 시민참여단의 압도적 찬성으로 재개토록 결정하면서, 원전을 축소하는 에너지정책을 권고했다. 하지만 이 권고는 신고리 5·6호기 논의에 국한된 위임 범위를 벗어난 명백한 월권(越權) 행위였다. 그런데도 청와대는 여론을 왜곡해 신한울 3·4호기 중단과 함께, 천지 1·2호기와 대진 1·2호기 등 신규 원전계획까지 백지화한 것이다.
이 정부가 대안도 없이 졸속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탈원전이 얼마나 많은 오류를 낳고 있는지는 설명할 필요도 없다. 우리나라는 원전 설계부터 제작·시공·운전기술·전문인력·부품공급망을 구축해 세계 최고의 안전성과 경쟁력을 확보하고 있다. 하지만 지금 원전산업 생태계가 붕괴되고, 해외 원전 프로젝트 수주는 잇따라 실패하고 있으며, 최고의 기술 인력은 중국 등으로 팔려가고 있다. 국가 에너지안보가 심대한 위협을 받고, 앞으로 전기요금 대폭 인상에 따른 산업과 민생의 충격 또한 불가피하다.
최악의 후쿠시마 사고를 겪은 일본이 원전 재가동에 나서고, 세계 최대 원전 국가인 프랑스도 마크롱 대통령이 공약인 ‘원전의 단계적 축소’를 중단키로 했다. 탈원전 국가인 독일은 전력을 수입하고 있다. 우리만 어리석게도 새로운 먹거리이자, 수많은 일자리를 만들어낼 전략산업과 최고의 기술을 스스로 포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