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옥동 차기 신한은행장이 ‘인사 딜레마’에 빠졌다. 이달 말 예정된 부서장급 인사 권한이 임기가 두 달 남짓 남은 위성호 신한은행장에게 있는 탓이다.
13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은행은 이달 말 부서장급 인사를 실시할 예정이다. 2000~3000명 수준이다. 신한은행은 통상 매년 1월과 7월 두 차례 정기인사를 한다.
문제는 현재 위 행장과 진 신임 행장이 업무 인수인계를 하는 상황에 직면했다는 점이다. 신한금융지주 자회사경영관리위원회(자경위)는 지난달 21일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차기 신한은행장으로 내정했다. 통상 신한은행장이 ‘2+1년’으로 3년 임기를 채운 것을 고려하면 위 행장이 사실상 ‘퇴출’당한 셈이다. 위 행장의 임기가 3월까지라 자경위가 1월 말께 열릴 것으로 보였으나 예상보다 빠른 교체였다.
업계에서는 임기를 마친 위 행장이 1년간 고문으로 활동한 뒤 차기 회장에 도전할 것이란 전망을 내놓고 있다. 조용병 신한금융 회장의 임기는 내년 3월까지다. 신한금융 CEO 승계 프로그램에 따라 위 행장이 차기 회장 후보로 오를 수 있다. 위 행장도 지난달 26일 기자들과 만나 “앞으로 시간이 있는 만큼 기회가 있을 것”이라고 했다.
위 행장 입장에선 1년 뒤 회장직 도전을 위해 이번 인사에서 자기 세력을 심어 놓고 가야 할 상황이다. 특히 ‘인사권’이 핵심이다. 신한은행 사정에 정통한 한 관계자는 “한 번 인사를 하면 2~3년 동안 같이 가야 한다”며 “위 행장은 자기가 하려고 하고, 조 회장과 진 내정자는 자기 사람을 넣고 싶어 할 것”이라고 했다.
반면 진 내정자는 난감한 상황이다. 진 행장은 1986년 11월 입행한 이후 일본 오사카 지점장, SBJ은행(신한 일본 현지법인 은행) 법인장 등 10년 넘게 일본에서 근무한 ‘일본통’이다. 글로벌 전문성은 있으나 정작 은행 내부 조직 장악력이 약하다는 평가를 받는다. 위 행장 역시 “진 내정자가 일본 근무 18년을 포함해 최근 20년간 국내 영업 경력이 없기 때문에 업무 인수인계에 시간이 좀 걸리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해보고 있다”고 했다. 조직을 재정비하는 데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는 예상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