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송영록의 이슈노트] "경제 살리는 게 먼저 아닙니까"

입력 2019-01-08 18: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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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차장

“청와대에서 기업 CEO를 만나면 뭐합니까. 바뀌는 건 전혀 없잖아요.”

최근 만난 대기업 한 임원은 요즘 정부가 기업인과의 소통을 늘리고 있지만, 진정성이 떨어진다고 토로했다.

문재인 대통령이 이달 중순 대기업·중견기업·지방상공회의소 회장단을 초청하는 모임을 추진 중이지만, 큰 기대는 하지 않는 분위기다.

막상 얘기는 잘 들어놓고, 하던 일을 그대로 한다며 답답해한다.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삼성전자의 최대 실적 기록이 작년 4분기 멈췄다. 증권사 전망을 크게 밑도는 어닝쇼크다. 최근 몇 년간 슈퍼 호황이 이어졌던 반도체 사업의 부진이 원인이다. 물론 지난해 3분기까지 워낙 많은 이익을 낸 착시효과일 수도 있다.

문제는 메모리반도체를 중심으로 한 삼성전자의 실적 경신 행진이 지난해를 끝으로 멈춰 설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급전직하는 아니더라도 당분간 다시 고점을 넘어서기는 어려울 것이라고 업계는 보고 있다.

삼성전자 영업이익의 80%가량과 한국 수출의 20% 이상을 반도체가 이끌고 있다는 점에서 국내 경제에 적지 않은 파급을 줄 수 있다.

삼성전자는 그래도 버틸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제조업이 전반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데 있다.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은 더 어렵다. 협력사가 무너지면, 대기업도 덩달아 피해를 입는다.

그러다 보니 현재 우리나라 경제는 조금만 흔들려도 무너지는 모래성이다. 정부는 경제를 시장에 맡겨야 한다. 반기업 정서를 버려야 한다. 이건 좌파와 우파의 문제가 아니다.

사실 기자의 정치적 성향은 좌파였다. 하지만 최근 들어 생각이 많이 바뀌고 있다. 어느 한쪽에 치우치면 안 된다는 걸 알게 됐다. 물론 남북 관계 등 평화적인 측면에서는 좌파 진영이 옳다고 생각한다.

반면 경제 살리기 관점에서는 우파에 지지를 보낸다. 이건 먹고사는 문제다. 정치적 논리에 이용당하면 정작 피해는 국민이 입는다.

현 정부는 “기업이 살아야 나라 경제가 산다”는 말을 앞세우면서, 정작 행동으로는 대기업을 억누르는 규제 정책을 내놓는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의 말에 공감이 간다. 박 회장은 이달 초 신년사를 통해 “성장과 분배라는 ‘이분법적인 선택’의 담론에서 이제는 벗어나면 좋겠다”고 했다.

그는 “성장은 ‘기업 투자’를 늘리고, ‘국가 재정’을 늘리는 데에도 기여할 것이며, 이는 ‘복지 재원’으로도 활용 가능한 만큼 ‘분배 문제’ 해결에 큰 힘이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기업가 정신의 회복을 위한 정부 역할도 필요하다. 윤종용 전 삼성전자 부회장은 최근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우리가 자랑해야 할 세계적인 규모의 기업들을 몇 개월 동안 열 번 이상 압수 수색하는 나라입니다. 기업인을 ‘잠재적 범죄자’로 취급하는 환경에서는 기업가 정신이 왕성하게 살아날 수 없어요. 무엇보다 정부가 앞장서 기업 친화적으로 바뀐다면 기업가들의 사기가 살아나고 기업 경영이 활성화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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