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통계청에 따르면, 11월 반도체 생산은 전년 동월 대비 17.5% 증가했지만, 전월 대비로는 5.2% 감소했다. 가동률지수도 3.9% 하락했다. 반면 재고는 4.4% 늘었다. 통계청 관계자는 “반도체는 추세적으로 호조세를 지속하고 있지만, 최근 들어 그 흐름이 약화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최근 데이터센터 업체들이 주문을 줄이고 있고, 서버용 디램(DRAM)이나 모바일 반도체도 줄면서 둔화세를 보이고 있다”고 설명했다.
투자·수출도 조정 중이다. 반도체 제조용 기계 수입은 11월 일평균 4억1300만 달러에서 11월 3억6700만 달러로 11.1% 줄었다. 출하도 전월 대비 16.3% 감소했는데, 특히 수출출하가 큰 폭(18.9%)으로 감소했다.
반도체 성장 둔화는 일찍이 예견됐다. ‘거품’, ‘고점’ 논란 속 유례없는 특수에도 올 하반기부터 둔화세에 진입할 것이란 예상이 우세했다. 따라서 정부로서도 충격이 크진 않다. 통계청 관계자는 “지금까지 굉장히 좋았기 때문에 지금보다 좋아지긴 어려울 것으로 본다”며 “다만 둔화 정도가 세진 않을 것이고 양호한 추세는 계속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단 경제 전반적으론 그림자가 짙다.
먼저 수출에서 반도체의 영향이 절대적이다. 한국의 수출액은 올해 6000억 달러를 돌파했는데, 이 중 반도체는 세계 최초로 단일 품목으로 1000억 달러를 돌파했다. 한국의 수출액 중 반도체 비중은 2016년 12.6%, 2017년 17.1%, 올해 1~10월 21.2%로 확대 추세다.
수출은 경제 성장률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3분기 실질 국내총생산(GDP)은 전 분기 대비 0.6% 증가했는데, 이 중 수출의 기여도(전분기 대비)가 1.7%포인트(P)였다. 소비·투자 등 내수의 성장 기여도는 -1.3%P였다.
내수에서도 반도체의 비중은 크다. 반도체 부진은 ‘11월 산업활동동향’에서 전산업생산과 설비투자를 모두 마이너스로 끌어내렸다. 광공업으로 한정해도 생산은 1.7% 감소하고, 재고는 1.7% 늘었다. 제조업 평균가동률도 72.7%로 1.1%P 하락하는 등 전반적으로 부진했다. 설비투자도 전월 대비 5.1% 감소하며 반등 2개월 만에 다시 감소로 전환됐다.
관건은 둔화 속도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는 “정부도 반도체 둔화를 감안해 내년 상반기에 대규모 재정지출을 예고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수출도 증가율이 둔화하고 있는 것이지, 증가세 자체는 유지하고 있다”며 “증가율이 얼마나 꺾이느냐에 따라 전반적인 경제 상황에 큰 영향을 미치겠지만, 그게 마이너스가 될지, 둔화에 그칠지는 두고봐야 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