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역조건이 악화일로다. 반도체와 화학 증 주력 수출품목의 물량증가율도 급감하는 모습이다. 아울러 미래 먹거리 준비라 할 수 있는 설비투자 부진도 계속됐다. 유가 상승 여파가 크다는 진단이지만 미중 무역갈등 고조에 세계교역 둔화 우려가 확산하는 분위기다.
D램 등 반도체가 포함된 전기 및 전자기기가 6.4% 상승에 그쳤다. 이는 지난해 7월 1.8% 상승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아울러 올 2월(8.8%) 이후 처음으로 한자릿수대 오름세에 그친 것이다. 그간 10~20%대 상승세를 이어왔었다. 화학과 반도체 제조용 및 평판디스플레이 업종이 포함된 일반기계도 각각 0.8%와 1.9%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각각 9월(-17.5%, -0.2%) 이후 재차 부진한 모습이다.
수입물량지수도 0.4% 오른 136.05를 기록했다. 특히 일반기계는 19.3%나 떨어졌다. 올 3월(-0.9%) 하락세를 기록한데 이어 이후 4월과 10월을 제외하고 지속적으로 감소하는 모습이다. 8월에는 26.3%나 급감해 2009년 6월(-26.6%) 이후 9년2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감소한바 있다. 반면 광산품(4.2%)과 화학제품(9.2%)은 견조한 상승세를 이어갔다.
환율요인을 반영한 금액지수는 수출의 경우 1.5% 오른 141.61을, 수입의 경우 11.2% 상승한 133.17을 보였다. 11월 평균 원·달러 환율은 전월대비 2.23원(0.2%) 떨어진 1128.58원을 기록한 바 있다.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10.9% 떨어진 90.49를 보였다. 이는 2014년 10월(90.48) 이후 4년1개월만에 가장 낮은 수준이다. 전년동월대비 하락폭도 2011년 10월(-11.0%) 이후 7년1개월만에 가장 컸고, 지난해 12월(-3.5%) 이래 12개월째 내림세를 이어갔다.
이는 국제유가 상승에 수출가격(-1.3%)은 내린 반면, 수입가격(10.7%)은 올랐기 때문이다. 실제 한달 시차를 감안한 10월 평균 두바이유는 전년동월대비 42.9% 급등한 배럴당 79.39달러를 기록했다. 다만 11월 평균 두바이유는 65.56달러로 7.8% 오르는데 그쳤다. 이는 작년 6월(0.4%) 이후 1년5개월만에 가장 적게 오른 것이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지수도 8.3% 떨어진 144.68에 그쳤다. 이는 2월(128.83) 이후 9개월만에 최저치다. 또 9월(-12.5%) 이후 한달만에 내림세로 돌아선 것이다.
박상우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한달 시차가 있는 국제유가가 40~50%대 상승세를 지속한데다, 미중간 무역분쟁으로 세계교역 둔화 우려가 확산한 것도 화학 등 수출품목에 영향을 줬다”며 “11월 유가가 한자릿수 증가에 그쳐 추이를 좀 더 지켜볼 필요는 있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