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H 방만’에 길 잃은 공공토지 비축

입력 2018-12-27 14:44 수정 2018-12-27 17: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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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토지은행이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 공공토지 비축이 ‘걸음마’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년 토지보상비로 22조 원이 쓰일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토지보상비 절감 목적으로 도입된 공공토지비축제도에 대해 실효성 지적이 나오고 있다.

27일 국회입법조사처가 발표한 ‘공공토지의 비축에 관한 법률의 입법영향분석’에 따르면 2017년 말 기준으로 공공토지 비축 실적이 정부의 당초 계획 대비 13.0%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공토지비축제도는 공익 목적을 위해 장래에 이용·개발할 다양한 용도의 토지를 미리 확보하는 국가 차원의 토지수급관리시스템이다. 토지비용의 지속 상승에 따른 재정부담으로 공공개발이 어려워지는 걸 막고, 토지수급을 조절해 토지시장 안정에 기여하기 위해 2009년 도입됐다.

문제는 도입 9년째인 현재까지도 토지 비축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현실이다.

국토교통부가 10년 단위로 세우는 ‘2010~2019 공공토지비축종합계획’에 따르면 2010년부터 2019년까지 연간 2조 원씩 총 20조 원 규모의 토지 비축 목표가 제시됐다. 하지만 2017년 말까지 실제 공공개발용 토지로 비축된 규모는 2조 원에 불과해 2017년 말 누적 목표(16조 원)의 13.0%를 채우는 데 그쳤다.

실적이 미미한 이유는 비축 업무를 담당하는 LH가 많은 부채를 지고 있어 예산 투자에 나서지 못했기 때문이다.

LH는 2009년 10월 출범 당시 재무상 부채가 109조2000억 원에 달했고, 이후 2012년에 138조1000억 원까지 불어났다. 재무악화로 공사채 발행 등에 어려움을 겪으면서 신규토지비축사업의 선정 없이 기존 선정 비축사업에만 주력하기로 해 저조한 실적에 머물러야 했다.

이런 상황에서 재무 개선 대신 방만 경영을 일삼으며 본기능을 상실했다는 지적도 나왔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김철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2009년 ‘공공기관 선진화 정책’에 따라 폐지 또는 청산 결정이 났던 LH 출자 PF(Project Financing) 회사들이 여전히 운영되면서 1조3000억 원 누적손실을 기록했다고 지적했다. 또 지난해 국정감사에선 △2014년 681억 원 △2015년 1516억 원 △2016년 4478억 원 등 배당금을 급격히 늘려가며 재무 개선을 제대로 고려하지 않는다는 문제 제기가 있었다.

이에 LH는 “토지비축사업 실적이 다소 낮은 것은 PF 회사 누적손실과 배당금 증가 등과 관련 없이 자금 조달의 문제였다”며 “2015년 이후의 실적 저조 요인은 높은 자본비용률이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토지은행 자본비용이 국가·지자체의 자체 조달금리인 지방채 발행금리보다 높아 사업신청이 저조했다는 것이다. 이에 내년부터는 지방채 금리 수준으로 자본비용률을 인하할 예정이다.

한편 배당금이 나오는 곳간인 LH의 당기순이익 중 일부는 토지은행적립금으로 쌓여야 한다. 한국토지주택공사법에 따르면 LH는 연간 결산 결과 발생한 이익금의 40% 이상을 LH의 자본금과 동일한 액수에 달할 때까지 토지은행적립금으로 적립해야 한다.

LH 관계자는 “토지은행적립금을 토지은행의 자본금으로 전입하면서 자본비용률 인하를 실현하고, 또 일부는 토지비축에 사용하고 있다”며 “자본비용률 인하가 충분히 실현되면 토지 비축에 더 활용할 예정이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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