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CEO 파격 교체… 여성·세대교체·외부영입

입력 2018-12-26 08: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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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연말 국내 주요 금융그룹이 ‘파격 인사’로 주목받고 있다. 임기만료 예정이었던 최고경영자(CEO) 10명 중 6명이 교체됐다. 금융권의 최근 높은 실적을 고려하면 이전과는 다른 인사인 셈이다. 50년대생이 주로 차지했던 금융사 CEO 자리는 60년대생이 채웠고, 보수적인 금융권에 첫 여성 수장도 등장했다. 외부 인사를 영입하면서 ‘순혈주의’도 타파했다는 분석이다.

◇당연시 여겼던 ‘연임 관행’ 타파 = 이러한 ‘파격 인사’의 대표적인 곳이 신한금융그룹이다. 신한금융은 21일 임시 이사회를 열고 위성호 신한은행장을 비롯해 임기만료 11명 중 7명을 교체했다. 특히 진옥동 신한금융 부사장을 주력 자회사인 신한은행장에 내정한 것을 두고 ‘깜작 인사’라는 평가가 나온다. 위 행장의 경우 임기를 두 달 남겨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대개 임기를 남겨둔 CEO는 교체 대상에 오르지 않았다. 진옥동 신한은행장 내정자는 2008년 오사카 지점장 등을 거친 일본 전문가다.

신한금융투자 사장에는 김병철 신한금융투자 부사장이, 신한생명 사장에는 정문국 오렌지라이프 사장이, 신한BNP파리바자산운용 사장에는 이창구 신한은행 부행장이 신규 선임됐다. 김병철 부사장과 정문국 사장은 비은행 출신으로 이례적이라는 평가다. 이전까지 주로 지주사·은행 출신 임원들이 CEO를 맡아 왔다.

자회사 CEO 중 외부 영입된 정문국 사장(1959년 생)을 제외한 전원이 1960년 생 이후 출생자다. 그룹사 CEO 평균연령도 기존 60.3세에서 57세로 낮아졌다. 왕미화 신한금융 WM사업부문장과 조경선 신한은행 부행장보 등 첫 여성 임원도 탄생했다. 신한금융은 “성과와 역량이 우수한 젊은 인재들을 대거 경영 전면에 배치했다”고 밝혔다.

그간 신한금융지주는 계열사 CEO 인사에 대해 2년 임기는 보장, 추후 1년은 CEO 실적을 평가해서 연임 여부를 판가름했다. 통상 큰 흠이 없으면 3년을 보장해왔다. 게다가 최근 신한금융 계열사 실적은 나쁘지 않았다. 다만 채용 비리 혐의로 지주, 은행 경영진이 재판 중이고 과거 신한 사태 당시 ‘남산 3억 원’ 제공 의혹 사건에 대한 재수사가 변수였다.

이러한 흐름은 KB금융그룹 인사에서도 나타났다. 윤종규 KB금융 회장은 19일 그룹 최대 계열사인 KB증권의 신임 각자대표 후보로 박정림·김성현 부사장을 선임했다.

두 사람 모두 자산관리와 투자은행 분야의 그룹 내 최고 전문가다. 특히 박 부사장은 증권업계 최초 여성 CEO의 주인공이 됐다. 황수남 KB캐피탈 자동차 금융본부 전무는 부사장 직급을 뛰어넘어 신임 대표이사 후보로 선임됐다.

◇하나금융 인사 주목… 행장 교체 여부 관건 = 농협금융은 이대훈 행장이 연임에 성공했지만 4곳 중 2곳의 CEO가 교체됐다. 신임 CEO인 농협생명 홍재은 사장 내정자와 이구찬 농협캐피탈 사장 내정자도 모두 1960년대 생이다.

우리금융은 임기가 끝난 종금 사장을 신규 선임했고, 임기가 1년 남은 FIS 사장도 조기 교체했다. FIS 사장에 선임된 이동연 부행장도 1960년대 생이다.역시 임기 만료를 앞둔 부행장 중 1950년대 생인 김영배(1958년 생)·허정진(1959년 생)·홍현풍(1959년 생) 부행장을 모두 1960년대생으로 교체했다.

IBK기업은행은 캐피탈·자산운용·저축은행·신용정보 등 4개 계열사 대표 임기가 새해 2~3월 만료되는 만큼 소폭 인사가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하나금융지주는 이번에 교체 폭이 좀 더 클 것으로 보인다. 올 초 인사에서는 임기 만료 CEO 7명 중 5명이 유임됐다. 새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둔 계열사 CEO는 12명 중 8명이다. 함영주 하나은행장과 이진국 하나금융투자 사장, 정수진 하나카드 사장, 윤규선 하나캐피탈 사장, 이창희 하나자산신탁 사장, 차문현 하나대체투자자산운용 사장, 민응준 핀크 사장이 대상자다.

이 중 함 행장의 연임 여부가 관심사다. 함 행장은 채용 비리 재판이 걸림돌로 작용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노조와는 옛 하나은행과 외환은행의 임금·직제 통합 여부를 두고 협의를 진행 중이다.금융권 안팎에선 함 행장이 연임될 것이라는 시각과 인사 쇄신을 위해 전면적인 개편이 이뤄질 수 있다는 분석이 엇갈린다.

지방금융그룹도 인사의 큰 변동이 있을 것으로 보인다. 특히 DGB금융지주는 대구은행장 선임이 관건이다. 최근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를 열고 자회사 CEO 후보 선정에 나섰다. 대구은행장은 올해 말까지 박명흠 행장 대행 체제로 갔지만 임기가 만료돼 차기 행장 선임에 나선 상황이다. 다만 대구은행 이사회가 지주 자추위(자회사 최고경영자 후보추천위원회)와 이견이 있어 선임 과정에서 진통이 예상된다.

JB금융은 김기홍 JB자산운용 대표를 회장으로 선임했다. 하지만 자회사 계열사 CEO인 전북은행장(임용택)과 광주은행장(송종욱) 등을 두고 임기 연장을 할지 새 인물을 선임할지 곧 결정하기로 했다. 전북은행장과 광주은행장 임기 만료는 새해 초다.

금융사들이 기존의 관행을 뒤집고 경영진 세대교체 및 파격 인사를 실시한 데는 내년부터 경영환경이 보다 악화될 것이라는 전망 때문이다.

금융원은 최근 인터넷은행 출범을 비롯해 금융권 경영환경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다. 디지털금융 열풍이 불면서 젊은 세대를 수혈해야 한다는 공감대가 형성된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외부 수혈, 여성 임원 등용 등 조직에 자극을 주고 전문성을 높여야 한다는 분위기도 작용했다. 또 내년은 올해보다 더 치열한 경쟁이 예고되면서 조직 쇄신 차원에서의 인사 단행이 이뤄진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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