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계 지배구조 진단]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금융계열사 지분 정리 숙제

입력 2018-12-23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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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미칼 자회사 편입 지주체제 속도…신동빈 회장, 경영권·안정성 강화

롯데그룹은 8개월 만에 신동빈 회장이 석방하면서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를 내고 있다. 특히 롯데지주 안정성 강화에 공을 들이고 있다. 핵심 계열사인 롯데케미칼을 롯데지주 자회사로 편입했고 계열사 간의 지분거래를 통해 순환출자 문제와 행위제한 요건 해소에 나섰다.

재계에서는 이번 결정에 이어 지배구조 개편의 최대 이슈인 호텔롯데 상장을 남은 과제로 거론한다. 다만 호텔롯데의 기업 가치가 낮고 금융계열사 지분 처리 등 선결 과제가 있어 개편의 마침표를 찍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것이란 관측도 나온다.

◇지주는 롯데케미칼 품고… 91개사 중 62개가 지주 체제로 편입 = 신 회장은 경영복귀 이틀 만인 10월 10일 롯데지주, 호텔롯데, 롯데케미칼의 이사회를 통해 롯데케미칼을 비롯한 화학 계열사의 롯데지주 편입을 결정했다. 롯데케미칼을 포함한 롯데 석유·화학 회사 11개를 롯데지주로 편입한 것이다.

우선 롯데지주는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410만1467주)과 롯데물산이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386만3734주)을 합해 총 796만5201주(23.24%)를 시간 외 대량매매 방식으로 매입했다. 지분 매입 비용만 2조2274억 원에 달한다.

호텔롯데는 롯데알미늄, 롯데렌탈, 롯데지주 등 계열사 주식을 매입했다. 롯데케미칼로부터 롯데알미늄 주식 13만6908주를 1204억 원에, 롯데렌탈 주식 57만6690주를 456억 원에 취득했다. 또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이 보유하던 롯데지주 주식 17만1460주를 101억 원에, 롯데장학재단이 갖고 있던 롯데지주 주식 94만8040주도 558억 원에 취득기로 했다. 취득 후 롯데알미늄, 롯데렌탈, 롯데지주에 대한 호텔롯데 지분은 각각 38.23%, 25.67%, 9.99%가 된다.

신 회장은 지분 매입 대금 마련을 위해 2조3000억 원 규모의 차입을 선택했다. 금융투자 업계에서는 롯데지주 보유 금융사 지분과 롯데물산, 호텔롯데가 보유한 롯데케미칼 지분을 교환하는 방법 등을 거론하며 지분 매입 부담을 최소화할 가능성이 크다고 예측했었다. 다만, 향후 차입금 부문의 경우 롯데카드·캐피탈 제3자 매각을 통해 충당할 가능성도 있다.

롯데케미칼을 비롯해 화학 계열사 11개가 롯데지주 체제로 들어오면서 롯데그룹 총 91개 회사 중 62개가 지주 체제로 편입됐다. 롯데그룹은 지난해 10월 롯데지주를 출범시켰지만, 유통·식품 사업 부문 회사만 편입돼 있었다. 롯데쇼핑과 제과, 칠성 등 국내 계열사 91개 중 51개사만 롯데지주에 편입돼 ‘반쪽’이라는 지적을 받아 왔다. 롯데지주는 화학 부문의 지주사 편입으로 그룹 지주 체제를 안정화하고, 유통·식품 중심에 편중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수 있게 됐다.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 롯데카드 매각 과제 = 롯데그룹의 지배구조 개편 핵심은 호텔롯데 상장이다. 호텔롯데는 롯데케미칼, 롯데물산, 롯데건설 등을 거느리면서 지주회사 역할을 해왔다. 호텔롯데는 일본 롯데홀딩스와 L1~L12 투자회사가 사실상 100%(97.2%) 지배하고 있다. 호텔롯데 상장은 롯데지주가 일본 롯데의 영향력에서 벗어나는 최선의 방법으로 거론되고 있다.

문제는 호텔롯데의 기업가치가 처음 IPO(기업공개)를 계획했던 2016년보다 크게 하락했다는 점이다. 당시 금융투자 업계가 예상한 호텔롯데의 상각 전 영업이익 대비 기업가치(EV/EBITDA)는 약 13조 원에 달했지만, 중국의 사드 보복 여파로 면세사업이 적자로 돌아서면서 10분의 1 수준인 1조 원대로 대폭 줄었다. 게다가 방한 중국 단체 관광객은 여전히 회복되지 않고 있고, 중국 보따리상인에 대한 규제로 면세점 업황도 예전만 못하다.

호텔롯데 상장의 또 다른 걸림돌은 금융 계열사들이다. 공정거래법상 일반 지주회사는 금융회사 주식을 보유할 수 없다. 롯데지주는 롯데카드 지분을 93.8% 보유한 최대주주다. 롯데지주 출범 2년이 되는 내년 10월까지 롯데지주는 롯데카드(93.8%)와 롯데캐피탈(25.6%) 지분을 매각해야 한다. 이 때문에 호텔롯데 상장이 2~3년 뒤로 미뤄질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롯데카드 매각도 쉽지만은 않아 보인다. 롯데카드를 인수할 후보는 다양한 곳에서 거론되지만, 카드 수수료 인하 압박과 고금리 카드대출 규제 등 정책으로 카드업계 전반이 수익성 악화 위기에 직면했다는 점에서 인수 후보들과의 매각가 협상은 쉽지 않을 것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또 롯데카드가 롯데 계열사에 대한 영업 의존도가 높다는 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한국신용평가에 따르면 롯데카드 전체 결제액의 30%, 영업이익의 15%는 그룹 내 계열사 거래에서 발생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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