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값 하락이 가계는 물론 금융기관에도 충격을 줄 수 있다는 분석이 나왔다. 특히 연간소득으로 원리금을 갚지 못하는 가구는 물론이거니와 저축은행, 증권사, 제1금융권인 은행까지도 위험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고 봤다. 최근 은행 예금이자보다 4배나 많은 수익률을 기록한다는 소식에 상업용부동산에 투자자들과 대출이 몰렸다는 점에서 역시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는 빚을 져가며 집이나 부동산 등 실물자산을 사들였다는 뜻이다. 결국 유동성측면에서 채무상환능력이 취약할 수밖에 없다. 또 DSR 100 초과 가구 중 저소득자(32.3%)와 60대 이상(20.1%), 다중채무자(44.7%) 비중이 전체 차주(각각 19.6%, 16.5%, 21.9%)와 비교할 경우 높다는 점도 우려스런 대목이다.
소득여건 악화나, 대출금리 상승, 부동산시장 위축시 채무상환에 어려움이 증가할 가능성이 높다. 변성식 한은 안정총괄팀장은 “DSR 100을 넘는 차주들 중 상대적으로 취약한 차주들이 많다. 특히 유동자산보다는 실물자산을 상대적으로 많이 갖고 있어 유동성 측면에서도 상환능력이 취약할 수 있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상업용부동산담보대출도 2013년 13조9000억 원에서 올해 33조2000억 원으로 급증했다. 이는 같은기간 주택담보대출이 14조6000억 원에서 24조6000억 원을 기록한 것과 비교하면 잔액이나 증가세 모두 주담대를 앞지른 것이다. 상업용 부동산담보대출은 지난해 30조2000억 원을 기록해 주담대(28조 원) 규모를 넘어서기 시작한 바 있다. 은행과 상호금융, 여신전문금융회사, 보험회사의 비주택부동산 담보대출과 부동산펀드 설정액 및 주택 투자를 제외한 리츠(REITs) 자산규모 기준 금융익스포저 역시 2013년말 463조 원에서 올 9월말 810조 원으로 급증했다.
한은 관계자는 “현재 상업용부동산에 대한 투자수익률이 높고 관련 금융익스포저 건전성도 양호한 편이지만 부동산시장 상황 변화 등으로 가격하락 폭이 확대되고 임대소득이 감소할 경우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고 우려했다.
한편 전국 주택 가격이 향후 2년간 30% 하락한다는 것을 가정해 한은이 이번에 새로 구축한 1·2금융권 통합 스트레스 테스트 모형으로 분석한 결과, 저축은행과 증권사의 자본비율이 가장 크게 떨어졌다. 실제 이같은 충격이 발생할 경우 올 2분기말(6월말) 현재 14.5%였던 저축은행(자기자본비율 기준)과 608.8%였던 증권사(NCR·순자본비율 기준) 자기자본비율은 2020년 2분기말 각각 9.8%와 441.6%로 급락했다. 은행(국제결제은행(BIS) 총자본비율 기준)은 같은기간 15.5%에서 13.4%로 줄었다.
이인로 한은 시스템리스크팀 과장은 “주택가격이 하락하면 국내총생산(GDP)이 떨어지고 주가와 금리 등에 복합적인 변화를 준다. 저축은행은 담보대출을 떼일 가능성으로, 증권사는 주가 등 다른 변수 하락에 따른 손실 등으로 충격이 크게 나타났다”며 “은행은 완충자본 등 건전성 개선으로 비율 하락은 크지 않았지만 손실 금액 자체는 적은게 아니다. 영향이 작다고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
한은은 가계부채 증가세가 여전히 소득 증가율을 상회하고 있어 금융불균형 해소 노력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실제 올 3분기(7~9월) 중 처분가능소득대비 가계부채 비율은 162.1%로 전년동기대비 4.1%포인트 올랐다.
지난달 한은 금융통화위원회가 이같은 차원에서 금리인상을 단행한 만큼 경우에 따라서는 추가 인상할 수 있다는 뜻으로 해석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신호순 한은 부총재보는 “가계부채가 지속적으로 늘고 있다는 점, 부동산 관련 금융익스포저가 늘어났다는 점에서 금융시스템 안정 측면에서 설명한 것”이라며 “통화정책과 연관해 해석하는 것은 좋지 않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