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능후 보건복지부 장관은 정부가 14일 발표한 국민연금 제도개편안에서 재정 건전성 확보 방안이 미흡하다는 지적에 대해 ‘정치적 이해관계’를 고려했다고 20일 밝혔다. 보험료율 최종 목표치를 제시해봐야 입법 가능성이 작기 때문에, 향후 5~10년만 바라보고 가입자가 수용 가능한 수준에서 정부안을 마련했다는 설명이다.
박 장관은 이날 정부세종청사 인근에서 진행된 출입기자단과 오찬간담회에서 “국민연금이 완전히 자정될 수 있는 보험료율이 18%라고 가정하면, 장기간에 걸쳐 18% 보험료를 부담할 수 있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며 “그런데 18%를 달성해야 한다고 하더라도 내년부터 당장 시행한다는 건 담지 않을 것이고, 가능하지도 않다”고 말했다. 그는 “내년부터 상당 기간 낮은 단계부터 차곡차곡 올라갈 수밖에 없다”며 “(그래서) 전체 그림은 국회에 보내더라도 국민을 직접 대면하는 브리핑에선 향후 5~10년간 필요한 보험료 상승분만 제시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개편안에는 국민연금 소득대체율을 40~50%로 상향하고, 소득대체율에 따라 보험료율을 0~4%포인트(P) 인상하는 방안이 담겼다. 1·2안은 보험료율 인상이 없는 안이고, 3·4안은 보험료율을 3~4%P 인상하는 안이었다. 후자는 보험료율을 5년에 1%P씩 인상하는 구조다.
박 장관은 “3·4안 논의를 깊이 있게 생각했으면 좋겠다. 왜 5년에 1%일까”라며 “지난 10년 동안, 길게는 1988년도 국민연금이 시작되고 지금까지 30년이 됐는데 한 번도 보험료율을 못 올렸다”고 지적했다. 이어 “동일한 정치집단도 여일 때와 야일 때 주장이 180도 다르다. 정치적 이해가 달려있기 때문”이라며 “연금 개혁 중 보험료를 인상해야 될 부분에 대해 책임지는 여당에 야당은 더 높은 보험료를 요구하고, 여당은 그런 정치적 부담을 안 지기 위해 차일피일 미룬다. 그런 정치적 과정이 30년 끌어온 것”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5년마다 정부가 바뀌는데, 1%씩 부담을 나눠 가지면 어느 정부도 자기 책임이 아니고 상대방에 책임이 있는 것도 아니다”며 “5년마다 책임을 분담하기 때문에 해볼 만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단 정부안 중 3·4안대로 연금 제도개편이 이뤄진다면 향후 추가적인 보험료율 인상이 불가피하다. 박 장관은 “일단 12%까지든, 13%까지든 3·4안처럼 5년 내지 15년에 걸쳐서 인상되고 나면 보험료를 절대 못 올린다는 국민의 저항이 누그러질 거라고 생각한다”며 “그때 3%를 올리면 12%에서 15%, 13%면 16%가 되는데, 유럽 선진국들이 부담하고 있는, 제도가 평행을 유지할 수 있는 보험료율에 거의 근접하는 수준”이라고 부연했다.
정부안에 현행 유지안(1안)을 포함한 데 대해선 “국민의 절반 가까이가 막연하게나마 현 제도를 유지하길 바라기 때문에, 자신들이 기대하는 것이 얼만큼 연금 제도에서 올바를 방향인지, 얼만큼 타당한지 검토해볼 수 있는 기회라고 생각한다”며 “그 안 자체가 없으면 건드리지 않기를 바라는 사람들은 국민연금 개혁안을 무조건 비판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