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상화폐(암호화폐·코인) 시장은 1년간 이어지는 약세장에서도 꾸준히 변화하고 있다. 올해는 이더리움의 대항마로 꼽히는 이오스가 메인넷을 성공적으로 출범했고, 달러기반 법정화폐 가치고정(스테이블·Stable) 코인이 대거 출범하기도 했다. 내년 시장에는 어떤 화두가 이어질지 예측해 본다.
◇증권형 토큰 = 미국을 중심으로 증권형 토큰(Security Token) 시장의 성장이 예상된다.
기존 코인과 증권형 토큰을 구분하는 명확한 점은 실물 자산의 가치를 담보하는지 여부다. 코인이 가치를 담보할 실물 가치가 없는 반면 증권형 토큰은 부동산, 금, 은, 동, 석유 등 원자재와 같은 실물 자산을 디지털 증서로 변환한 개념이다. 블록체인으로 관리돼 위·변조가 불가능에 가깝다는 점이 시장의 성장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에서 증권형 토큰이 미래에 더 사용될 것으로 전망하는 이유는 비유동적인 자산을 디지털화해 유동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대부분의 전통적 자산을 디지털화할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지고 있는 셈이다.
자산을 토큰으로 만들고 유통시키는 과정에서 토큰 소지자는 수익을 분배받을 수 있다. 스마트컨트랙트(자동이행계약)를 통해 여러 이해관계자들 사이의 거래를 안전하고 투명하게 할 수 있다는 것도 장점이다.
업계에 따르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는 대체거래소(ATS)에서 증권형 토큰을 발행하고 거래하는 것을 내년 상반기 중 허가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미국 제도권 거래소 나스닥과 최대의 코인 거래소인 코인베이스가 시장 진출을 준비 중이다. 우리나라 거래소인 빗썸도 미국 크라우드펀딩 스타트업과 합작해 증권형 토큰 시장 진출을 추진 중이다.
◇분산화 거래소 = 분산화 거래소란 가상화폐 거래소가 서버를 단독으로 운영하지 않고, 여럿이 분할해 관리하는 방법으로 투명성을 강화하고 조작 위험을 줄이는 거래소를 말한다. 크게 완전 탈중앙화 방식과 프라이빗 체인 방식으로 나눌 수 있다.
완전 탈중앙화 방식은 이더리움 네트워크에서 스마트계약에 의해 서비스 제공자가 사용자의 계정에 직접 접근하지 않는다.
예컨대 서비스 제공자는 사용자끼리 거래할 수 있도록 플랫폼만 제공해 계정 접근 권한이 제약된다. 다만 매 거래가 이더리움 메인넷에 기록되기 때문에 속도가 느리다는 단점이 있다. 대표적 탈중앙화 거래소로 오하시스덱스(Oasis DE-X)가 있다.
완전 탈중앙화 방식의 느린 속도를 위해 개선된 모델이 프라이빗 체인 방식이다.
프라이빗 체인은 서비스 제공자가 설계한 방식으로 소수의 운영자에 의해 동작하는 블록체인 네트워크다. 소수에 의해 관리돼 속도면에서 우수하다.
최근 출범한 국내 가상화폐 거래소 올비트(Allbit)가 채택한 방식이다. 다만 프라이빗 체인을 서비스하는 사업자를 신뢰해야 한다는 단점이 있다.
업계에서 이더리움의 속도 향상이 단시간에 극복될 수 없다고 판단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한 기술인 사이드체인(Sidechain)을 사용한 분산화 거래소가 대거 출현할 것으로 보고 있다.
◇가상화폐 거래 신규 계좌 = 국내 주요 가상화폐 거래소는 현재 신규 계좌를 발급하고 있다.
그러나 국내 2위(코인힐스 기준) 거래소 업비트(운영사 두나무)는 아직 신규 고객의 입금 가상계좌 발급을 재개하지 못하고 있다.
업비트 측은 계속해서 은행과 논의 중이라고 답변하고 있다. 하지만 올초부터 1년간 지속돼 온 것으로 볼 때 기술적인 문제는 아닐 것이란 예측이 지배적이다.
금융당국 및 정부가 가상화폐에 부정적 인식을 가지고 있어, 업비트가 신규 계좌 발급에 적극적이지 않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 관계자들은 내년께 업비트에 투자한 카카오가 인터넷전문은행 카카오뱅크와 연계한 가상계좌 발급을 내놓을 것이란 추측을 내놓고 있다.
업비트 가상계좌 발급은 단순한 은행 계좌 발급을 넘어 정부의 시장 인식 전환을 가늠하는 지표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이 때문에 정부가 현재 제휴 은행인 기업은행을 통해 업비트 가상계좌 발급을 통제하고 있다는 의혹도 제기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내년 중 업비트가 기업은행에서 가상계좌를 발급할지, 관계사인 카카오뱅크에서 발급할지 알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