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기발광다이오드(LED) 산업이 악화일로를 걸으면서 관련 기업들의 신사업 진출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9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LED 전문기업인 DB라이텍은 6일 주식양수도 계약을 통한 최대주주 변경과 함께 의료·바이오 신사업에 진출한다고 공시를 통해 밝혔다. 새 최대주주는 투자 컨설팅 업체 프룩투스로 양도 주식은 686만5000주(지분율 25.82%)다. DB라이텍은 10일 주주총회를 마치면 GV Corp(금빛)로 사명을 바꾸고 신사업에 도전한다. 기존 LED 조명기구와 CNC 공작기계 생산 사업과 신사업을 융합시켜 시너지를 제고한다.
다른 LED 부품 제조업체인 씨티젠은 지난달 28일 부실 저축은행인 대원상호저축은행을 인수할 계획이라고 공시했다. 씨티젠은 기존에도 가상화폐, 투자컨설팅, 건자재 등 다양한 분야의 자회사를 보유하고 있으나 이번 인수로 신사업인 저축은행 업무에도 진출하게 됐다. 회사는 금융당국의 대주주 적격성 심사 승인을 기다리는 중이다.
이보다 앞서 LED 업체 중 바이오 사업에 도전해 성공을 거둔 사례도 있다. 필룩스다. 국내 LED 조명 대표주자였던 필룩스는 4월 항암제 개발사 바이럴진의 지분 66.3%를 인수하며 바이오 사업에 뛰어들었다. 이후 알파홀딩스와 항암제 판권 인수 소송 끝에 지분 100%를 취득하며 완전 자회사로 편입시켰다. 주가도 작년 말 종가 기준 3195원에서 올 들어 최고 3만 원대로 10배 가까이 뛰기도 했다. 차익매물이 쏟아지면서 주가는 이날(7일) 1만1600원대까지 되돌림 장세를 보였다.
시장에서는 국내 LED 산업이 저가 중국산 제품에 잠식당하면서 관련 기업들이 연구개발(R&D)을 포기하고 새 먹거리를 찾고 있다고 분석한다. 2015년 1월 동반성장위원회가 LED 산업에 대한 대기업 진출을 뒤늦게 허용했지만 중국산 OEM 제품들이 마구잡이식으로 국내에 유입되면서 시장이 잠식됐다. 특히 올 상반기 바이오 자회사 인수로 주목받은 필룩스가 상한가 행보를 이어가면서 증시에서도 화제를 모았다.
김지산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LED 산업 전반이 부진하다 보니 본업을 키우기보다 신사업에 진출하는 듯하다”며 “대형 기업들도 실적이 부진한 상태로 독자적 경쟁력을 갖춘 일부 기업만 매출을 내고 있는 실정”이고 말했다.
LED업계 관계자는 “과거 LED 산업은 중기 적합업종이었는데 2015년 규제가 풀리면서 중소형사들의 고민도 깊어졌다”며 “특히 중국기업들이 가격경쟁력뿐만 아니라 품질에서도 국내산과 큰 차이를 보이지 않게 되면서 경영진의 고민이 늘었던 것 같다”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