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른미래당 유승민 전 대표는 7일 "개혁보수와 바른미래당이 가는 방향이 맞지 않다는 괴로움이 있다"고 밝혔다.
유 전 대표는 이날 서울대 경제학부 특강에 이은 질의응답에서 "바른미래당에서 '보수라는 말을 쓰지 말자, 왼쪽도 오른쪽도 아닌 중도다'라고 이야기하는 분들이 있어 괴롭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안보와 경제, 복지에 대해 생각을 같이할 수 없는 부분이 있다"며 "당이 어디로 가는지 밝히지도 않은 채 자유한국당을 대체하겠다고 하면 안통하겠죠"라고 바른미래당의 정체성을 비판했다.
유 전 대표는 "바른미래당에 몸담고 있지만 제일 답답하고 아쉬운 것은 우리가 가는 길이 뭐냐는 것"이라며 "정당은 정치적 결사체로 뜻을 같이하는 사람들이 선거에 나가 이기려고 노력하는 건데 바른미래당이 하나의 정치적 결사체로서 정체성이 문제라 생각한다"고 했다.
유 전 대표는 본인의 정치적 지향짐 '개혁보수'라고 거듭 강조했다. 그는 "야당 시절 정치에 뛰어들어 보수정당에 계속 있었는데 지금도 진보의 합리적 가치를 열린 마음으로 받아들여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보수도 시대에 맞게 새로운 보수로 바뀌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는 한국당에 대해서도 "지지도가 올라간다고 하니까 이 사람들이 더 정신을 못 차리고 안 바뀌는 측면이 있다"고 비판하면서 "이런 답답한 상황에서 우리 정치가 어떻게 바뀔 수 있는지 고민하면서 저의 길을 찾아보겠다"고 말했다.
한편 유 전 대표는 이날 특강 전 기자들과 만나 바른미래당이 민주당과 한국당의 선거제 개혁을 뺀 예산안 합의에 반발해 농성에 나선 것과 관련해 현재 당 지도부의 입장과 배치되는 견해를 밝혔다.
그는 "당초 당 안에 예산안과 선거제를 연계하는 문제에 의견이 엇갈렸는데, 저도 예산안은 예산안대로 심의하는 게 맞지 않나 이런 생각을 갖고 있었다"면서 "예산은 예산대로 챙겨야 할 부분이 있으니까 마지막까지 목소리를 내면 좋겠다"고 밝혔다.
다만 그는 "선거제도에 대해 한국당이나 민주당이 원내대표들끼리 약속한 부분이 있었는데 그 약속이 지켜지지 않았다"면서 "정기국회 막바지에 서로 간의 신뢰가 깨지게 만든 민주당과 한국당의 책임에 대해서는 비판하고 싶다"고 언급했다.
손학규 대표가 선거제 개혁안 합의를 촉구하며 단식에 들어간 데 대해선 만류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그는 "손 대표가 어떤 각오로 단식을 시작하셨는지 말씀을 들어보고 당 대응방안을 논의하겠다"고 말했다.
한국당에서 친박(친박근혜)계와 비박(비박근혜)계가 논의 중인 박근혜 전 대통령 불구속 재판 결의안에 대해선 "그 자체에 대해 평가하기보다 그동안 보수 정치권과 한국당이 친이(친이명박), 친박, 비박 등 계파로 나뉘어 과거 문제로 갈등했던 부분"이라며 "건강한 보수의 재건을 위해 과거보다 미래를 위해 나아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