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필상 칼럼] 금리정책의 엇박자

입력 2018-12-07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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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대 초빙교수, 전 고려대 총장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는 지난달 30일 기준금리를 연 1.5%에서 1.75%로 올렸다. 금융안정을 위해 불가피한 조치다. 우리나라 기준금리는 미국 기준금리에 비해 0.75%포인트나 낮았다. 더구나 미국은 이달에 기준금리를 다시 한번 올릴 예정이다. 그러면 금리의 역전폭이 1%포인트나 돼 외국자본 유출이 본격화할 수 있다.

한편 우리 경제는 저금리에 힘입어 가계부채가 증가하여 부도위험이 높다. 지난 3분기 기준 가계부채는 1514조 원을 가록했다. 작년 동기 대비 가계부채 증가율은 6.7%로 월 평균 가계소득 증가율 4.6%에 비해 현격히 높다.

문제는 경기하강이다. 현재 우리 경제는 수출부진과 내수침체로 인해 고용한파를 겪고 있다. 10월 기준 실업자는 97만3000명으로 가장 많다. 이런 상태에서 기준금리를 올리는 것은 금리정책의 역주행이다. 자칫하면 경기침체를 가속하여 경제위기를 부를 수 있다.

더 큰 문제는 금융안정 대신 금융불안을 야기하는 것이다. 기준금리를 올리면 신규 가계부채는 감소한다. 그러나 기존 가계부채의 이자 부담이 증가하여 가계부도를 재촉한다. 이번에 결정한 기준금리 인상분 0.25%포인트가 그대로 대출금리에 반영될 경우 우리나라 전체 가구의 이자 부담은 한 해 2조5000억 원 증가한다. 가구당 평균 12만7000원이나 된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금리를 인상하면 채무상환이 어려운 취약차주가 2분기 기준 149만9000명에 달해 전체 가계대출자의 7.9%에 이른다.

한편 최저임금 인상과 근로시간 단축으로 경영난에 처한 자영업자들이 금리인상의 직격탄을 받는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6월 말 기준 자영업자 대출 규모는 590조7000억 원이다. 이번 금리 인상으로 자영업자가 부담해야 할 연간 이자는 1조5000억 원이나 증가한다. 여기에 기준금리가 올라 설상가상으로 소비가 감소할 경우 자영업자들은 연쇄도산의 함정에 빠질 가능성이 크다.

이번 한국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이 실기라는 지적이 있다. 미국은 2015년 12월 기준금리 인상을 시작했다. 따라서 외국자본의 유출로 인해 금융시장이 불안해질 것이라는 우려가 나타난 것은 3년 전의 일이다. 이후 우리 경제는 비교적 안정적 성장세를 유지했다. 올해 1월까지만 해도 경제성장률이 3.0%에 이르고 취업자 증가가 33만4000명이나 됐다.

한국은행이 금리인상 정책을 편다면 3년 전부터 추진해야 했다. 한국은행은 2013년 5월 이후 계속 금리인하 정책을 펴 2016년 6월 기준금리를 사상 최저인 1.25%까지 내렸다. 그러다가 6년 5개월 만인 작년 11월 한국은행은 기준금리를 1.5%로 한 차례 올리는 데 그쳤다. 계속된 저금리 체제하에서 올해 들어 경기는 오히려 침체하고 실업자는 늘었다. 그러자 부동산 투기가 일고 가계부채가 급증했다. 결국 한국은행은 금리인상의 기회를 놓쳤다.

최근 경기침체가 악화일로다. 3분기 경제성장률은 0.6%에 그쳤다. 10월 취업자 증가는 6만4000명에 불과하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9·13대책 등 강력한 부동산 안정화 대책을 펴 주택가격이 하락세로 돌아서고 기계부채 증가세도 둔화하기 시작했다. 더욱이 증권시장을 불안하게 만들었던 외국자본 이탈도 진정세다. 한국은행은 오히려 기준금리를 내려야 할 상황이다.

그렇다면 앞으로 우리 경제는 어떤 정책을 펴야 하나? 금리인상 정책을 되돌릴 수는 없다. 미국 등 주요 국가들의 정책에 맞춰 금리인상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 중요한 것은 경제의 성장동력과 경기회복이다. 정부는 규제완화, 노동개혁 등 기업환경을 개선하여 산업발전을 활성화하고 재정정책을 효과적으로 펴 경기를 부양해야 한다. 그리하여 경제가 정상 궤도에 오르면 금리인상의 부담을 이기고 건전한 경제성장을 이룰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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