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6개 편의점 가맹본부가 4일 발표한 ‘편의점 자율규약’의 핵심은 두 가지다. 50~100m 이내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으면 신규 출점을 막고, 편의점주가 희망폐업에 나설 경우 영업위약금을 면제 또는 경감해 주는 내용이다.
하지만 신규 출점 제한은 말 그대로 강제성이 없어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영업위약금 감면에 대해서도 비판의 목소리가 나온다.
자율규약에 따라 GS25, CU, 세븐일레븐, 미니스톱, C·Space, 이마트24 등 6개 편의점 가맹본부는 출점 예정지 인근에 경쟁사의 편의점이 있으면 주변 상권의 입지와 특성, 유동인구,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기준(담배판매소 간 거리)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출점 여부를 신중히 결정하기로 했다.거리 제한의 핵심인 담배소매인 지정 거리는 50∼100m다.
김상조 공정거래위원장은 이날 협약식에서 “이번 편의점 자율규약은 업계 스스로 출점은 신중하게, 희망폐업은 쉽게 함으로써 과밀화로 인한 편의점주의 경영 여건을 개선하는 데 크게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이번 자율규약에는 당초 업계가 요구한 내용이 제대로 반영되지 않았다. 당초 편의점 업계는 올해 7월 과밀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편의점 인근 80m 이내의 신규 출점 금지를 담은 규약안을 마련해 공정위에 승인을 요청했으나 공정위는 받아들이지 않았다. 획일적인 신규 출점 금지가 담합의 소지가 있다는 이유에서였다.
이처럼 신규 출점 제한에 강제성이 없다 보니 가맹본부들이 적극 동참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위법이 아닌 만큼 목이 좋은 곳이라면경쟁사가 있어도 신규 출점에 나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자율규약에는 위반행위에 대한 조사·심사 등을 맡을 규약심의위원회 설치 규정이 담겼다”며 “규약심의위원회가 신규 출점에 문제의 소지가 있는 가맹본부에 시정을 요구할 수 있기 때문에 무분별한 편의점 출점은 없을 것”이라고 했다.
편의점주의 폐업을 쉽게 할 수 있도록 하는 영업위약금 감면에 대해서도 부정적인 목소리가 나온다.
한 편의점 본사 관계자는 “현재도 이익이 나지 않은 편의점주에 대해 폐업 시 해약 수수료의 상당 부분을 면제하고 있다”면서 “합의 계약에 대해 강제할 경우 업계의 자율성만 훼손된다”고 지적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편의점주가 계약 해지를 마음대로 해 다른 브랜드로 갈아타는 등 모럴해저드가 우려된다”고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