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이 같은 일련의 움직임은 한진그룹의 주주가치가 재평가받을 것이라는 기대를 부풀리는 데 일조했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한 몇 가지 논란들을 짚어보고자 한다.
우선 시장에서는 KCGI가 다른 기관투자자 및 외국인과 ‘연대 움직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는데, 필자가 보기에는 현실성이 떨어진다. 지분 8.35%를 보유한 국민연금 또한 공적 기관으로서 자체 결정이 아닌 사모펀드의 결정에 따라 움직일 가능성은 매우 적다. 또한, 현행 자본시장법상 주주들이 연대할 경우 지분 합산 기준 ‘5% 룰’이 적용돼 일정 조건하에 매매를 공개해야 하는데, 투자자로서는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이다. 실제로 크레디트스위스는 최근 지분 1.11%를 매각해 3.92%로 지분율을 낮추며 공시 의무에서 벗어났다.
두 번째, 한진칼의 이사회는 현재 6인인데 이 중 3인의 이사, 감사 1인의 임기가 내년 3월에 만료될 예정이란 점에서 시장에서는 이사진 교체를 통한 ‘경영권 장악’을 예상하기도 했다. 필자는 이 가능성 또한 낮다고 생각한다. 소액주주들의 연대가 불투명한 가운데 주주총회의 주도권이 회사에 있는 상태에서 사모펀드가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감사를 모두 선임하는 것은 개념상 이상할 뿐 아니라 현실적으로도 불가능에 가깝다. 당 연구소의 분석에 의하면 2018년 한국 상장기업의 주주총회 안건의 부결률은 1.89%에 불과할 정도로 회사의 영향력은 절대적이다. 또한, 한진칼은 전자투표와 서면투표를 정관에서 배제하고 있는데 이 경우 직접 주총에 참석하지 않는 이상 주주들은 표결에 참여할 수 없어 더욱 어려워진다. 주요 주주인 국민연금의 상장사 이사와 감사 선임에 대한 가이드라인이 2019년에야 마련될 예정임을 고려하면 현실성은 더욱 낮다.
다만, 이와 관련해 자본시장법상 사모펀드는 주요 경영 사항에 대해서 ‘사실상의 지배력’ 행사가 가능하도록 ‘임원’을 임면할 수 있다는 규정을 두고 있는데, 사모펀드의 성격상 사내이사를 파견해야 하는 건 아닌지, 사실상 지배력을 행사하는 데 왜 사외이사를 파견하는지, 적절한 경영권 참여가 과연 어디까지인지는 여전히 불투명한 화두로 남아 있다.
마지막으로, 경영권 참여의 시기와 역할에 대한 아쉬움도 있었다. 한진칼 지배구조 형성에 영향력을 끼치기 위해서는 다소 늦은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 있을 수 있지만, 고객이 맡긴 자금의 수익 추구가 최우선인 사모펀드의 입장에서는 당연하고도 적절한 시점으로 보인다. 오너의 스캔들 외에도 10월 전 세계적으로 증시가 폭락하면서 알짜 회사의 주가 메리트가 충분한 가운데 대한항공의 경우 최근 3분기에 실적이 턴어라운드하기 시작했고, 최근 유가 하락의 수혜까지 겹치는 시점이기 때문이다. 9월 28일 기준으로 한진칼의 분기보고서상 현금과 현금성 자산, 단기 금융상품 및 관계기업 투자 자산만 합쳐도 1조6506억 원에 달하지만, 해당일의 시총은 1조3382억 원에 불과했다. 사모펀드의 본질을 생각할 때, 그 역할은 일시적으로 왜곡된 기업의 ‘가치 대비 가격’이 시장에서 합당한 평가를 받을 수 있도록 견제하는 것만으로도 충분하다.
행동주의 펀드는 기업 지배구조에 문제가 있고 개선 가능성이 큰 기업에 적극적인 관여 활동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선진국들은 법 외에도 시장에 의한 견제와 감시, 즉 ‘자본주의의 문제를 자본의 힘으로’ 해결하는 신자유주의 장점을 금융 시스템 발전에 적극적으로 활용해 왔다. 금융 질서의 합리성과 주주가치 및 기업가치의 균형은 시장 내에서 건강한 견제 시스템이 자생적으로 작동할 때 비로소 담보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