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 무역분쟁 장기화 등에 따라 기업심리가 좀처럼 회복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경제심리(ESI 순환변동치)는 2년4개월만에 최저치를 기록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는 한국은행이 금리인하를 단행했던 직후 수준이다. 반면 그간 부진했던 조선과 금속가공, 화학 부문은 그나마 희망이 보이는 모습이다.
BSI란 기업가의 현재 기업경영상황에 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조사한 것으로 각 업체의 응답을 지수화한 것이다. 100을 기준으로 이보다 높으면 긍정응답 업체수가 부정응답 업체수보다 많음을 뜻한다. 반면 낮으면 그 반대 의미다. 다만 부정적 답변이 많은 우리 기업 특성상 장기평균치 80을 암묵적 기준치로 삼고 있다.
업종별로는 국제유가 하락에 석유정제가 18포인트 급락한 64를 기록했다. 이는 작년 4월(64)과 같은 수준이다. 정보통신업은 2포인트 떨어진 70을, 예술스포츠는 8포인트 하락한 81을 나타냈다. 각각 시스템통합(SI) 등 소프트웨어 수요 부진과 비수기 진입에 따른 골프 등 야외스포츠 활동 감소 등이 원인이었다.
반면 조선은 선박수주 및 건조 증가로 18포인트 급등한 59를, 금속가공은 전방산업인 조선 부문 회복에 따른 부품 수요 증가 등으로 8포인트 오른 64를 보였다. 화학도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스프레드(마진) 확대로 4포인트 상승한 73을 보였다.
제조업체를 기업규모별로 보면 대기업은 전월과 같은 76으로 2016년 10월(73) 이후 최저 수준을 유지했고, 중소기업은 4포인트 상승한 69를 기록했다. 형태별로는 수출기업이 2포인트 상승해 79를, 내수기업이 3포인트 오른 70을 나타냈다.
향후 분위기를 엿볼수 있는 11월 업황전망 BSI는 하락했다. 제조업은 1포인트 떨어진 71로 지난해 1월(71) 이후 가장 낮았고, 비제조업도 1포인트 내린 74로 8월(74) 수준에 그쳤다. 전산업은 전월과 같은 73이었다.
스마트폰 경쟁 심화와 수요부진 우려에 전자영상통신이 6포인트 내린 75에 그쳤고, 9·13 부동산 대책 등에 따른 분양시장 부진 우려에 부동산업도 8포인트 떨어진 65에 그쳤다. 반면 조선은 13포인트 오른 59를, 설계·감리 부문이 포함돼 있는 전문과학기술은 사회간접자본(SOC) 투자 증가 기대감에 7포인트 올라 78을 기록했다.
경영애로사항으로는 제조업과 비제조업 모두 내수부진(각각 25.1%, 17.7% 비중)을 최우선순위로 꼽았다. 제조업에서는 불확실한 경제상황(+2.0%포인트)이, 비제조업에서는 정부규제(+0.8%포인트)가 가장 큰 폭으로 늘었다.
권처윤 한은 기업통계팀장은 “기업심리가 미중 무역분쟁 요인에 큰 폭으로 하락한 후 낮은 수준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다”고 말했다.
BSI와 소비자동향지수(CSI)를 합성한 경제심리지수(ESI)는 91.6으로 전월대비 1.0포인트 하락했다. 이 또한 2016년 12월(91.5)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ESI에서 계절 및 불규칙 변동을 제거한 ESI 순환변동치 역시 0.6포인트 떨어진 93.2를 보였다. 이 또한 2016년 7월(93.1)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이는 2016년 6월 한은이 기준금리를 25bp 인하해 연 1.25%로 결정한 직후다.
한편 이번 조사는 전국 3696개 법인기업을 대상으로 했으며 응답업체는 3017개 업체였다. 조사기간은 13일부터 20일까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