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당정치라는 게 본래 어느 정도의 다툼을 전제로 하긴 하지만, 요즈음 우리 정치를 보면 다툼이 너무 심한 것 같다. 상대 당의 말꼬리를 잡고 늘어지기도 하고, 상식을 벗어난 발언과 그 발언에 대응하는 또 다른 상식에 어긋난 발언들이 난무하는 가운데 좀처럼 상호 소통의 조짐이 보이지 않는 것 같다.
“정통인화(政通人和) 백경구흥(百慶俱興)”이라는 말이 있다. 중국 송나라 문인 범중엄(范仲淹)이 쓴 ‘악양루기(岳陽樓記)’에 나온다. “정치가 통하여 사람들이 화합하면 백 가지(온갖) 경사가 함께 일어난다”는 뜻이다. 정치 지도자와 국민이 상호 소통하는 정치가 이루어진다면 나라엔 좋은 일만 생길 것이다. 국민들의 뜻과는 전혀 관계없이 정치인들끼리만 싸우는 난장판 정치 환경에서는 국민들의 화합을 기대할 수 없고, 국민들이 화합하지 못하는 나라는 어지러움에 빠질 수밖에 없다.
우리 정치가 상호 소통이 안 되면서 싸움만 벌이다 보니 국민들의 생각도 사분오열하고 있다. 국민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는 것과 국론이 사분오열하는 것은 완전히 다른 개념이다. 국민들이 다양한 생각을 갖는 것은 중요한 일이지만, 국가에는 국민들의 합의에 의해 귀납적으로 도출된 국가적 이념과 목표가 있어야 한다.
그런데 우리나라는 지금 국가적 이념과 목표가 없다시피 한 상태에서 각자 자신이 옳다고 주장하며, 어느 게 더 의로운 일인지를 생각하기 전에 어떻게 하는 것이 더 이로운지를 따지는 형국이다.
지향할 가치가 없이 그저 ‘부자로 편안하게’ 사는 것만을 추구하고 있다. 공동으로 지향하는 가치가 없다 보니 사람과 사람 사이의 소통이 점점 더 어려워지고 있는 것이다. “정통인화(政通人和) 백경구흥(百慶俱興)”이라는 말을 다시 생각하며 국민들이 상호 소통할 수 있는 공동의 가치가 자연스럽게 귀결될 수 있는 길을 찾아야 할 것이다. 政:정치 정, 通:통할 통, 和:화할 화, 慶:경사 경, 俱:함께 구, 興:일어날 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