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납치·감금 아닌 사기·기만도 인신매매 해당"

입력 2018-11-26 08: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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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리핀 여성 이주노동자 A씨는 가수로 일하면 된다는 모집자의 말을 듣고 예술흥행비자를 받아 한국에 들어왔지만, 결국 성매매에 동원돼야만 했다.

국가인권위원회는 A씨의 경우처럼 피해자를 완전히 속인 상태에서 모집·이동하는 경우도 인신매매에 해당한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최근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 가입 3주년을 맞아 인신매매에 대한 국민 인식을 높이고 인신매매에 따른 인권 침해를 예방하기 위한 '인신매매 방지 안내서'를 발간했다.

인권위에 따르면 안내서는 인신매매 정의와 특징, 인신매매 피해자 식별의 중요성과 어려움, 피해자 보호 등에 대한 내용을 담았다.

인신매매 범죄의 주요 대상이 되는 이주민들이 쉽게 이해하도록 그림문자 등으로 가독성을 높이고 영문으로도 제작해 배포한다.

유엔 인신매매방지의정서에 따르면 인신매매의 핵심은 착취다. 합당한 대가 없이 노동력을 착취해 경제적 이득을 얻거나 성매매를 강요하는 등 성을 착취하는 경우가 포함된다.

또한 안내서는 모든 인신매매 피해자가 납치당한다는 것은 잘못된 상식이라며 납치, 물리적 폭력, 감금과 같은 위력적인 수단뿐만 아니라 사기, 기만 등으로도 인신매매 피해를 인정받을 수 있다고 설명하고 있다.

인신매매는 전 세계적으로 증가하고 있고, 한국 또한 인신매매와 무관하지 않은 실정이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인권위 실태조사에서는 공연을 위해 한국에 들어온 예술흥행비자 소지 이주노동자가 성매매를 강요당한 것으로 드러났다.

지난해 7월에는 타이 여성들을 관광비자(B-2)나 위장 결혼을 통해 입국시킨 뒤 부산과 제주 등지의 업소에 감금한 채 성매매를 시킨 브로커와 업주 등 70여 명이 검거되기도 했다.

인권위는 "미국 국무부는 2017년 인신매매 보고서를 통해 한국 어선에서 일하는 이주노동자를 인신매매 피해자로 봤다"며 "우리나라에서 발생하는 인신매매 실태를 파악해 이를 방지하고 피해자를 보호하기 위한 정부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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