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더웨어 브랜드 ‘트라이’ 제조업체 쌍방울이 영업적자에도 불구하고 이마트를 앞서는 순이익을 냈다. 나노스 CB(전환사채) 투자가 소위 대박을 치면서 금융수익이 급증했기 때문이다. 문제는 주식 전환 시 워낙 규모가 커서 처리 방안 마련이 쉽지 않다는 점이다.
20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쌍방울의 올해 3분기 누적 영업손실은 6356만 원인 반면 순이익은 4191억 원에 달한다. 작년 같은 기간(-56억여 원)보다 규모는 크게 줄었지만 적자가 계속됐고 매출액은 771억 원으로 13.9% 감소했다. 반면 순이익은 4191억 원을 기록해 작년 68억여 원 적자에서 흑자로 돌아섰다.
한국거래소가 올해 3분기까지 유가증권상장사 626개사를 대상으로 조사한 실적 현황 중 순이익으로 보면 51위에 해당하는 규모다. 쌍방울 다음으로는 이마트(4138억 원), LG유플러스(4063억 원), 아모레퍼시픽그룹(3967억 원) 등이 있다.
이처럼 쌍방울이 매출 규모를 훌쩍 넘는 순이익을 올린 것은 지난해 최대주주인 광림과 컨소시엄을 구성해 인수한 코스닥 상장사 나노스의 주가 급등 때문이다.
쌍방울은 작년 2월 나노스가 발행한 사모형 CB 300억 원 중 200억 원어치를 인수했다. CB 발행 당시 전환가액은 액면가인 500원이지만 같은 해 9월 나노스 주식이 주당 100원으로 액면분할되면서 100원으로 낮아졌다.
상장폐지 위기를 모면한 나노스는 작년 7월부터 거래가 재개됐고 최대주주 변경과 신사업에 대한 기대감으로 1만7000원대까지 치솟다 액면분할 이후 작년 말 2325원으로 거래를 마쳤다. 전환가액과 비교하면 23배가량 가치가 뛴 셈이다. 이 때문에 쌍방울이 투자한 CB 200억 원은 4459억 원 규모의 ‘파생상품자산’으로서 재무상태표에 반영되는 것은 물론, 손익계산서에도 2296억 원의 ‘금융수익’으로 잡혀 최종적으로는 작년 1434억 원의 순이익을 올리게 됐다. 파생상품자산 규모 대비 금융수익 규모가 절반으로 줄어든 것은 쌍방울이 위험 분산 차원에서 전환사채의 매매예약권을 제우스1호투자조합에 넘겼기 때문이다.
나노스의 주가는 올해 들어서도 상승세를 이어갔고 상장 폐지요건 해소를 위한 대주주의 차등 감자 등의 영향으로 3분기 말에는 8160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과 비교해 주가가 4배가량 올라 CB 가치는 1조6000억 원을 훌쩍 넘게 됐다. 이에 1조1749억 원이 금융수익으로 잡히고 여기서 절반은 금융비용(제우스1호투자조합), 대규모 이득에 따른 1600억여 원의 법인세 등이 차감돼 3분기 누적 4191억 원의 순이익을 기록하게 됐다.
다만 나노스의 주가가 4분기 들어 지속적으로 하락하는 데다 최대주주와 관계사 차등감자로 CB 전환가액이 100원에서 456원으로 조정돼 쌍방울의 올해 순이익 규모는 3분기 말보다는 다소 줄어들 전망이다. 아울러 나노스 CB에 따른 순이익은 장부상의 가치로 실제 쌍방울에 현금이 유입된 것은 아니다. 쌍방울의 3분기 말 현금은 99억여 원으로 분기 초와 크게 다르지 않다.
쌍방울 관계자는 “CB 발행 당시 걸려 있던 보호예수 기간은 풀린 상황이고 주식 전환 시 규모가 워낙 커 여러 방면으로 알아보는 중”이라며 “CB 처리와 관련해서는 상황을 보면서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