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소득층 부모가 자녀에게 물려주는 건 가난뿐 아니었다. 아동기의 빈곤은 낮은 최종학력과 열악한 근로조건, 나아가 비자발적 비혼과 만혼으로 이어졌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1~12차 한국복지패널 원자료를 분석해 20일 발표한 ‘현세대 청년 위기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18~28세 청년 951명 중 30.6%가 아동기 빈곤을 경험한 것으로 나타났다. 빈곤 경험 기간별로 6년 이상은 3.8%, 2~5년은 13.2%, 1년은 13.7%였다.
아동기 빈부격차는 교육격차 및 소득격차로 이어졌다. 빈곤 기간 6년 이상 청년의 68.8%가 고졸 이하, 2.1%는 중졸 이하였다. 빈곤 기간 2~5년 청년의 고졸 이하 비율도 39.0%로 빈곤을 경험한 적 없는 청년(20.6%)의 두 배에 육박했다. 또 6년 이상 빈곤을 경험한 청년들은 경제활동 상태별로 일용직과 비경제활동인구 비율이 가장 높았다.
낮은 교육수준은 다시 비자발적 비혼, 또는 늦은 혼인으로 이어졌다. 중졸·고졸 이하의 미혼율은 각각 78.4%, 54.4%로 대졸(46.6%)을 크게 웃돌았다. 중졸·고졸은 혼인율 자체가 낮을뿐더러, 혼인을 한 경우에도 출산 비율이 크게 떨어졌다. 경제활동 상태별로는 임시·일용직 등(60.3%)과 실업자(86.7%)의 미혼율이 높았다. 소득수준별로는 중위소득 50% 이하의 미혼율이 86.7%에 달했다.
상속 유무도 혼인에 영향을 미쳤다. 상속받은 적 없는 청년들의 미혼율은 48.8%로 상속받은 적 있는 청년들의 미혼율(37.1%)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진은 청년 문제를 청년들 스스로의 문제가 아닌 사회 문제라고 봤다. ‘흙수저, 금수저’ 담론으로 대표되는 기회의 불평등과 빈곤의 대물림이 핵심이다. 특히 빈부격차에 기인한 아동기 교육격차는 계층이동 사다리마저 끊어버린다고 연구진은 지적했다.
따라서 연구진은 아동기 교육격차 완화에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중등교육 시기 소외된 학생에 대한 지원 강화, 아동수당 역할 강화 등이 방법일 수 있다.
연구진은 “아동기 빈곤 경험이 청년기에도 영향을 미치며, 아동기 빈곤은 결국 청년 본인의 책임이기보다는 전 세대, 즉 부모세대의 영향이 크다”며 “우리나라의 아동 빈곤율이 낮다고 해서 지원의 중요 위치에서 놓치기보다는 아동 빈곤이 청년을 넘어 장기화할 수 있다는 점에서 빈곤 아동에 대한 세밀한 지원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