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전력이 단체수의계약(정부 등 공공기관이 물품 구매 시 중소기업협동조합과 수의계약을 체결해 중소기업 제품을 우선 구매하는 제도)을 제멋대로 체결해 온 것으로 감사결과 드러났다.
2일 감사원이 최근 대통령과 국회에 보고한 '국가기관과 공공기금 등에 대한 2007년 회계연도 결산 검사 및 감사 결과보고서'에 따르면 한전은 물품을 구입하는데 있어서 관련 규정을 지키기 않고 단체수의계약을 임의로 체결해 온 것으로 나타났다.
한전 대전전력관리처 등 7개 전력관리처와 제주지사는 지난 2006년 1월24일부터 12월28일 사이에 구입한 댐퍼가 당시 중소기업청에서 공고한 단체수의계약 물품 지정 공고의 '일반 철물(철제도어용 철물)'에 해당된다는 OO공업협동조합의 의견을 받아들여 OO조합과 총 14건의 단체수의계약(계약금액 16억9958만2500원)을 맺었다.
이는 매년 중소기업청에서 '단체수의계약 물품'으로 지정, 공고하는 대상에 해당되는 경우에 한해 한전이 조합과 단체수의계약 방법으로 물품구매 계약을 맺을 수 있다.
하지만 당시 조달청에서는 한전에서 구매한 댐퍼에 일반 철물과 다른 분류번호를 매기고 댐퍼가 중소기업청에서 단체수의계약 대상 품목으로 공고한 '일반 철물(철제도어용 철물)'에 해당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의견을 제기했다.
따라서 결과적으로 한전이 댐퍼를 중소기업청 공고문의 '일반 철물(철제도어용 철물)'에 해당된다고 보고 단체수의계약방법을 적용한 14건의 계약은 구 '정부투자기관 회계규칙' 제15조와 구 국가계약법 시행령 제26조 제1항 제6호 나목, 구촉법 제9조 및 중소기업청 공고 등의 규정에 위배한 것이라고 감사원측은 설명했다.
아울러 한전은 일반경쟁 등 다른 계약방법으로 계약 업무를 추진해야 할 물품에 대해서도 임의로 단체수의계약을 진행했던 것으로 드러났다.
한전 광주전력관리처는 지난 2006년 4월14일 OO공업협동조합과 단체수의계약(계약금액 1억5609만원)을 맺는 과정에서 당해년도 중소기업청에서 공고한 단체수의계약물품이 아닌 2004년도 단체수의계약물품 지정공고문을 검토해 무정전 전원공급장치(UPS) 등 8종의 정보통신용 전원설비가 단체수의계약 물품에 해당된다고 임의로 판단 후 구매하기도 했다.
이와 함께 한전 수안보생활연수원은 지난 2006년 11월20일 비품을 구입하는 과정에서 충북지역과 울산·경남지역 등에서는 구입할 비품이 단체수의계약물품에서 제외됐음에도 불구하고 충북 등 2개 지역에 한해 중소기업자 간 경쟁제품으로 지정해 단체수의계약(계약금액 1억1693만원)을 체결했다.
그 외에도 한전 본사와 전력연구원은 2007년 이후 계약 체결이 예상되는 경우 단체수의계약 방식이 아닌 경쟁입찰 방식으로 추진했어야 하나 2006년이 불과 5일 남은 시점에 단체수의계약 방법으로 물품 계약을 추진했던 것으로 감사 결과 밝혀졌다.
감사원 관계자는 "단체수의계약 제도 폐지의 취지에 어긋날 뿐만 아니라 다른 업체 등의 입찰 참여 기회를 빼앗고 한 조합에 특혜를 주게 됐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