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 인사는 문 대통령이 소득주도성장을 두고 엇박자 목소리를 내던 김동연 경제부총리와 장하성 정책실장을 경질하고 ‘원팀’을 강조한 인사다. 소득주도성장의 원조로 알려진 김 실장을 전면에 내세운 점에서 문 대통령의 소득주도성장을 더 굳건히 하겠다는 의지를 보였다. 특히 이번 인사를 앞두고 미리 부동산 정책과 에너지·탈원전 정책을 사회수석실에서 경제수석실로 이관해 김 실장에게 막강한 권한을 부여했다. 이는 사실상 김 실장이 경제라인 원톱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대해 윤영찬 청와대 국민소통수석은 “경제는 야전 사령탑으로서 홍남기 부총리(후보자)가 총괄하기 때문에 김 신임 실장께서는 포용국가의 큰 그림을 그려 나가실 것이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홍 후보자는 업무조정 능력이 뛰어나고 성실한 관료지만 ‘예스 맨’이라는 평가여서 사실상 ‘왕 실장’으로 승진한 김 실장에 끌려다닐 가능성이 큰 것으로 정치권은 보고 있다.
따라서 김 실장이 그동안 강조한 경제정책 방향을 보면 문재인 정부의 경제정책인 2기 ‘J노믹스’ 모습을 엿볼 수 있다.
김 실장이 사실상 ‘경제사령탑’을 맡으면서 J노믹스의 밑바탕인 소득주도성장은 계속 밀고 나갈 것으로 보인다. 홍 후보자가 9일 가진 출입기자단과 호프미팅에서 “소득주도성장은 논쟁보다 의도하지 않은 일부 문제점을 조정·보완해 나가야 한다”며 “경제팀이 머리를 맞대고 치밀하게 보완해나가겠다”고 밝힌 점에서도 잘 드러난다.
부동산 정책은 계속 규제 강화와 시장 공정성 중시에 초점을 맞춘 정책을 펼칠 것으로 보인다.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정책 설계자인 김 실장을 임명한 것 자체가 부동산 규제강화 정책은 양보하지 않겠다는 문 대통령의 의중을 드러낸 것이다. 특히 부동산 가격 안정화를 위해 이르면 연말이나 내년 초 금리 인상 카드를 꺼낼 들 가능성도 크다.
야당이 반대하고 있는 탈원전 정책도 김 실장이 계속 총괄하게 함으로써 그대로 밀어붙이겠다는 의지도 나타냈다.
다만 김상조 공정거래원장이 주도하고 있는 공정경쟁에서 재벌개혁은 계속 유지하겠지만 미세한 변화가 점쳐진다. 홍 후보자의 역할이 문 정부의 ‘반기업적’ 정서를 누그러뜨리기 적임자로 평가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6월 말 윤종원 경제수석이 선임되면서 ‘포용적 성장’과 ‘정부와 기업 간의 건강한 관계’를 외치며 미세하나마 대기업과 손잡는 모습이 연출됐다.
홍 후보자도 “우리 경제의 활력을 되찾기 위해서는 민간·기업과 부단히 소통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말로만 하는 것이 아니고 매주 수요일마다 소상공인, 중소·중견·대기업, 경제 관련 협회·단체와 오찬을 하고자 한다”고 밝혀 규제 완화와 대기업 달래기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