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이 항의성 집회를 저지하기 위해 장소 선점을 목적으로 개최하는 이른바 '알박기 집회'(위장 집회)는 헌법과 집회및시위에 관한 법률(집시법)이 보장하는 권리를 방해하는 것이라는 대법원 판단이 나왔다. 이에 따라 위장집회에 끼어들어 방해했다고 하더라도 집시법 위반으로 처벌할 수 없다는 판결이 내려졌다.
대법원 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는 집시법 위반 혐의로 기소된 고모(43) 씨의 상고심에서 무죄를 선고한 원심판결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유성기업 범시민대책위원회 회원인 고 씨는 2016년 4월 서울 양재동 현대자동차 본사 앞에서 이 회사 직원 약 100명이 참가한 ‘기업·국가 경쟁력 강화를 위한 성숙한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를 방해현 혐의로 기소됐다.
고 씨는 범대위 회원 25명과 함께 플래카드, 피켓, 소형 앰프 등을 소지하고 해당 집회에 뛰어들어 현대차의 책임을 묻는 기자회견을 했다. 이후 경찰의 해산 명령에도 불응하고 계속해서 집회를 방해한 것으로 조사됐다.
고 씨 등은 현대차 직원들의 선행 집회가 집시법상 평화적인 집회가 아닌 만큼 방해죄가 성립할 수 없고, 경찰의 해산명령에 불응한 것도 정당하다고 주장했다.
1, 2심은 "집회문화 만들기 집회는 실제라기보다 현대차 경비업무의 일환으로 봐야 한다"며 "타인의 집회 장소 선택의 자유를 제한하면서까지 보장할 가치가 있다고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2015~2016년 현대차 직원 등은 관할 경찰서에 상주하다시피 하면서 거의 매일 정문 주변을 대상지로 여러 명칭의 옥외집회신고를 했다"며 "이로 인해 타인이 현대차 정문 인도를 집회 장소로 선택하지 못하게 되는 것은 집회의 자유에 대한 중대한 제한"이라며 무죄를 선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