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 내몰린 카드사에 연말 칼바람이 휘몰아치고 있다. 갈수록 악화하는 영업환경에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는 것이다.
7일 관련 업계 따르면 현대카드는 최근 보스턴컨설팅그룹을 통해 경영체질 개선 컨설팅을 받았다. 보스턴은 캐피탈과 커머셜을 포함해 총 400여 명의 인력을 줄여야 한다고 조언했다. 디지털을 제외한 현대카드에서 200여 명, 캐피탈과 커머셜에서 각각 100명이 회사를 나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현대카드 관계자는 "경영환경 악화에 대응하기 위해 컨설팅 결과대로 인력 감축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카드사 인력 감축은 수년째 이어지고 있다. 비씨카드를 제외한 7개 전업 카드사의 직원 수는 6월 기준 총 1만1649명이었다. 지난해 상반기(1만1874명)보다 225명 줄었다. 2015년(1만3115명)과 비교하면 1466명이 일자리를 잃었다.
올해 초에는 KB국민카드가 7년 만에 첫 희망퇴직을 시행했고 신한카드도 2015년 170여 명의 희망퇴직을 받은 데 이어 올해 1월에도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문제는 '돈'이 없기 때문이다. 신한카드를 비롯해 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의 올 3분기 누적 순이익은 9847억 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34.3% 급감했다. 비상장사라 따로 3분기 실적을 발표하지 않는 현대카드의 상반기 순이익은 전년동기 대비 40.8% 급감한 774억 원에 머물렀다.
업계 관계자들은 정부가 1조 원에 달하는 수수료 인하 압박을 하고 있어 추가 구조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카드사 관계자는 "대출금리 인하 압박에 제로페이 도입 등 영업환경이 갈수록 악화하고 있다"며 "여기서 더 비용을 줄이려면 직원들을 내보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금융위원회는 카드사 수수료 절감 방안을 내놓을 예정이다. 핵심은 마케팅 비용이다. 지난해 카드사들이 쓴 마케팅 비용 중 일회성 부분 1조616억 원을 줄이면 1조 원의 수수료 인하 여력이 생길 거라는 게 당국 논리다. 일회성 마케팅은 휴가나 입학·졸업 등 특정 시기에 일시적으로 할부, 무이자 등의 혜택을 주는 것을 말한다.
하지만 업계에선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일회성 비용을 줄이면 영업에 차질이 생기기 때문이다. 무이자ㆍ할부 혜택이 줄어들면 고객 유인이 줄어든다.
허권 금융노조 위원장은 "정부는 올해 7000억 원의 수수료를 인하했고, 내년에 1조 원을 또 인하한다는데 카드사 연간 순이익 규모는 1조8000억 원 수준"이라며 "마케팅 비용은 소비자에게 돌아가는 혜택인데 이를 어떻게 줄이느냐"고 반문했다.
이어 "카드사 구조조정이 시작되면 설계사와 배송업체 등도 비용 절감을 이유로 정리해고에 나설 것"이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