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개발연구원(KDI)이 통화당국의 기준금리 인상 움직임에 부정적인 입장을 피력했다. 자산가격 급락과 한계가구의 부채상황능력 저하로 내수가 더 위축될 수 있다는 게 이유다.
KDI는 6일 발표한 하반기 경제전망에서 위험요인 중 하나로 시장금리 상승을 지목했다. 시장금리 상승이 자산가격 급락으로 이어지면 금융시장의 변동성이 확대되고 한계가구의 부채상환능력이 저하돼 내수를 중심으로 경제 성장세가 예상보다 빠르게 둔화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시장금리 상승요인 중 하나는 기준금리 인상이다. 두 금리는 일정한 시차를 두고 연동된다.
이에 KDI는 “통화정책은 내수경기 둔화 및 고용 부진으로 물가가 빠르게 상승하기는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해 현재 수준의 완화적인 기조를 유지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소비자물가 상승률이 물가안정목표인 2%에 근접하고 있으나, 근원물가는 1%대 초반의 상승률을 지속하고 있다는 점이 근거다. 같은 이유로 금융통화위원회도 지난달 기준금리를 1.50%로 동결했다.
김현욱 KDI 경제전망실장은 “경제 상황이 낙관적이지 않고, 대외적 불확실성도 제시되는 상황에서 앞으로 장기적인 관점에서 구조개혁, 산업 경쟁력 강화에 좀 더 포커스를 두고 정책을 해야 하지 않겠나 판단한다”며 “단기적으로 경기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정책의 기조적 변화는 신중해야 한다는 취지”라고 설명했다.
수도권 주택가격 급등 등에 대해서도 기준금리 인상 등 통화정책 기조의 긴축적 전환보단 시장 불균형에 직접 대응할 수 있는 미시적 정책수단을 동원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조언했다.
대외 금리차에 따른 외화 유출 우려에 대해선 “지난 외환위기, 금융위기의 경험을 봤을 때 외화의 급격한 유출이 우리 경제를 위협한다는 점은 우려되지만, 그 이후 우리 정부가 쌓아뒀던 다양한 외환건전성, 강한 버팀목인 외환보유액 등을 감안할 때 지금 정도의 기준금리 격차는 심각한 자본 유출을 나타낼 정도는 아니다”라고 김 실장은 강조했다.
이어 “시장금리가 상승해왔고, 또 한편으론 환율이 조정되면서 변동환율제도의 장점들을 반영하고 있다”며 “환율을 고정해야 한다는 우려, 채권금리 격차에 의해서만 자금 쏠림 현상이 나타난다는 것은 다르게 확인할 수 있는 걸 지금의 외환건전성이 제공하고 있다”고 부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