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82년 된 영등포 대선제분 폐공장 '한국판 테이트 모던' 만든다

입력 2018-11-06 11:13 수정 2018-11-06 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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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도시재생사업…밀가루공장→문화공장, 내년 8월 개장 목표

(사진제공=서울시)
(사진제공=서울시)

5년 넘게 멈춰 있던 영등포 ‘대선제분‘ 폐공장이 밀가루 대신 문화를 생산하는 ‘문화공장’으로 변신을 앞두고 있다. ‘마포 문화비축기지’, ‘서울로7017’등 서울시가 추진해온 도시재생사업의 일환이자 관 주도가 아닌 민간주도라는 새로운 도시재생사업 모델이다.

서울시는 23개 동을 아우르는 대지면적 총 1만8963㎡ 규모의 영등포구 문래동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들기 위한 도시재생 구상안을 6일 발표하고 선포식을 개최했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일제강점기던 1936년 영등포에 건설된 밀가루 공장이다. 1958년 대선제분이 인수해 사일로, 제분공장, 목재창고, 대형창고 등 총 23개 동으로 구성돼 있다.

공장 설립 당시 영등포는 방직·제분 등 다양한 공장이 입지한 제조 산업 거점공간이었다. 대선제분 동쪽으로는 경성방직, 서쪾으로는 종연방직 경성공장 등이 이웃해 한국경제 발전을 이끌었다. 하지만 현재 대규모 아파트 단지와 대형쇼핑몰 타임스퀘어 등 상업시설이 들어서면서 과거 흔적이 사라졌다. 대선제분만이 80여 년 간 수십 미터 높이의 거대한 원통형 건축물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뿐이다.

박원순 서울시장을 비롯해 정성택 대선제분 대표이사, 박상정 아르고스 대표 등 관계자와 지역 거버넌스 등 300여 명이 이날 오후 3시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재생사업 추진 선포식을 연다. 2013년 공장이 아산으로 이전하면서 5년 넘도록 멈춰 있던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이 '문화공장'으로 거듭나는 순간이다.

특히 이번 사업은 서울시와 토지주, 사업시행가 긴밀히 협의해 진행하는 서울시 1호 '민간주도형' 재생사업이다.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가 사업비 전액을 부담해 재생계획 수립부터 리모델링, 준공 후 운영 등 전반을 주도해 진행한다. 아르고스는 재생사업의 경제적 독립성과 지속가능성 확보를 위한 최소한의 가이드라인을 제시하고, 보행·가로환경 등 주변 인프라를 통합정비하는 등 행정적으로 지원한다.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 도시재생의 기본 방향과 콘셉트는 80년 넘도록 제 모습을 유지하고 있는 기존 공장건물을 최대한 활용하고, 공간이 가진 스토리에 다양한 콘텐츠를 접목해 ‘가치중심’의 재생공간을 만드는 것이다. 전시, 공연, 식당과 카페, 상점, 공유오피스 등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만든다는 계획이다. 내년 8월 개장이 목표다.

폐쇄된 화력발전소에서 세계 최대 규모의 현대미술관이 된 런던의 ‘테이트 모던(Tate Modern)’, 옛 맥주 양조장을 복합문화시설로 재탄생한 베를린의 ‘쿨투어 브라우어라이(Kultur Brauerei)’ 등 지역 애물단지였던 낡은 공간을 재창조해 영등포 일대에 문화 인프라를 확충하고 지역경제에도 활력을 불어 넣는다는 설명이다.

우선 1단계 사업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을 명소화한다. 전체 23개 동 가운데 약 3분의 2에 해당하는 14개 동(1만3256㎡)을 상대로 리모델링(증축), 구조보강, 보수작업 등을 추진한다. 새롭게 탄생하는 8개 동은 카페, 레스토랑, 상점 등 상업시설과 전시장, 역사박물관, 창업지원공간 등 공공시설이 함께 열린 공간으로 조성돼 시민을 맞이한다.

서울시는 이와 함께 대선제분 공장 주변 인프라를 통합 정비한다. 시민들이 영등포역(1호선), 문래역(2호선)을 통해 대선제분 공장으로 편리하게 접근할 수 있도록 가로환경 정비를 진행한다. 공장 내 전시공간을 활용해 문화전시행사를 개최하는 등 다양한 공공문화예술 프로그램도 지원할 계획이다.

서울시는 현재 1단계 사업 추진을 위한 관련 인허가 절차를 모두 마무리했으며 12월 중 착공, 2019년 하반기 완료해 시민들에게 개방할 계획이다.

2단계 사업은 대선제분 핵심 시설인 사일로(곡물 저장창고) 등 대규모 구조물의 활용방안에 대한 내용으로 현재 계획이 수립되고 있는 상태다.

서울시는 2013년 공장 이전 후 단순 물류기능만 간헐적으로 이뤄지고 있던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의 미래 활용 방안을 두고 2016년부터 사업시행자인 아르고스와 긴밀하게 협의해왔다.

박원순 시장은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은 서울 도심 내에 위치한 80년이 넘은 공장으로 과거 원형을 온전하게 유지하고 있는 서울에 몇 안 남은 소중한 산업유산이다. 이런 소중한 공간을 토지 주 스스로 보전하고 재생사업을 추진한다는 것은 매우 뜻깊고 의미가 있는 일”이라며 “쉽지 않은 결정을 해준 아고스와 대선제분에 감사의 마음을 전한다. 향후 대선제분 영등포 공장이 산업화 유산의 원형을 살리고 문화의 가치를 덧입힌 서울시의 또 다른 도시재생 아이콘이자 문화 플랫폼이 되고 나아가 지역경제 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지원하고 민간과 협력해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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