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일 보험업계 관계자는 “(IASB의 도입 연기 논의로) 시간을 벌었지만, 갑자기 자본확충 등의 방향을 바꾸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연기 논의는 대형사보다는 중·소형 보험사에 ‘단비’ 역할을 할 전망이다. 이들은 유예 기간에 자본확충을 위한 후순위채 발행 등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또 다른 보험업계 관계자 역시 “원래 목표는 애초 2021년 도입 이전에 IFRS17 적용을 완료해 시스템을 시험해보는 등 적용 시기를 앞당기는 것으로 계획해 왔다”며 “자본확충에는 조금 여유가 생겼지만, 큰 틀에서는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실제로 각 보험사는 IFRS17 도입에 따른 지급여력(RBC) 비율 강화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기준 RBC 비율 150%를 충족하지 못한 MG손해보험(82.4%)과 푸본현대생명(147.7%) 등은 올해 2분기 기준치 이하를 기록했다. 특히, MG손해보험은 9월 말까지 유상증자를 완료하지 못해 지난달 15일 경영개선 계획서를 금융당국에 제출한 상태다. 다른 보험사도 RBC 기준 비율이 강화될 경우 대형사를 포함한 전 회사가 기준치 달성이 어려운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국내외 기준금리 인상이 줄줄이 예고된 만큼 보험사들은 상대적으로 금리가 낮을 때 신종자본증권 발행 등 자본 확충에 더 열을 올릴 가능성이 크다. 당장 보험사들은 지난해 외국에서 신종자본증권 발행에 나섰지만, 올해 미국 금리 인상으로 국내에서의 자본 조달로 돌아선 상황이다.
한국과 미국 사이에 금리 차가 확대될 경우 외국 투자자의 유인 요소가 감소하고, 보험사도 자본 순조달 비용이 증가해 자본확충이 어렵게 된다. 또 IFRS17 적용 이후 ‘시가평가’가 적용되면 채권평가손실도 고스란히 보험사가 떠안아야 해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에도 대비해야 한다.
보험사들은 올해 상반기에만 약 5조 원 규모의 자본확충을 진행했다. 지난달에는 미래에셋생명과 한화손해보험이 국내에서 각각 2000억 원과 3500억 원 규모의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이 같은 추세는 IFRS17 도입 연기와 무관하게 전 보험사에서 계속될 전망이다.
한편, IASB는 14일(현지시간) 영국 런던에서 이사회를 열고 보험회사 IFRS17 적용 연기 안건을 의결한다. 지난달 24일 이사회 논의에서 IFRS17 도입 시기 연기 문제가 처음으로 논의됐다. 유럽보험협회는 1~2년 도입을 늦춰야 한다고 주장했지만, 일부 보험사는 도입 준비가 진행된 만큼 예정대로 2021년부터 시행해야 한다는 입장인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