깁종갑<사진> 한전 사장은 30일 광주 김대중컨벤션센터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고 "내년 말까지는 우선협상대상자를 한 개 업체로 줄이는 작업이 진행되고 있다"고 밝혔다. 사우디는 2030년까지 2.8기가와트(GW) 규모 원전 2기를 건설할 계획이다. 사업 규모는 22조 원으로 추산된다. 한전은 사우디 원전 사업을 수주하기 위해 미국·중국·러시아·프랑스 업체 등과 경쟁하고 있다.
김 사장은 "연말까지 우리가 할 수 있는 자료를 준비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한국과) 협력하기로 한 (사우디 측) MOU(업무협약) 체결이 50여 건 되는 걸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사우디 정부에서도 (자국에서 한전에) 이렇게 관심이 많은 줄 몰라 '자기들도 놀랐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영국 무어사이드 원전 사업 진전 상황에는 "현재로써는 말할 게 없다. 지금도 계속 대화가 이어지고 있는 중"이라면서도 "한국에 대해서 상당히 좋은 평가를 해주고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한전은 지난해 무어사이드 원전 건설 사업권을 가진 도시바에서 사업권 인수 우선협상자로 지정됐으나 올 7월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잃어 다시 수주전을 벌여야 하는 상황이다.
김 사장은 전력 산업 개편에서 수요 개혁을 강조했다. 그는 "에너지 다소비형 산업구조를 하루아침에 고칠 수 있다고 생각하지는 않지만 지금만큼 쓰는 것은 과하다"고 말했다. 김 사장은 2006~2016년 미국ㆍ독일ㆍ일본 등의 산업용 전기 소비량이 감소하는 동안 한국의 전력 소비는 41% 늘어난 점을 지적했다. 에너지 정책 방향을 심의할 국회 에너지특별위원회에도 "국회에서 원자력이냐 재생이냐 전기 공급을 어떻게 할지에 대한 얘기는 무성한데 전기를 너무 많이 쓰는 문제, 수요 측면도 같이 고려해주면 좋겠다"고 주문했다.
최근 한전의 경영 실적 악화에 대한 대응을 묻는 질문에는 "올해 상당한 어려움이 예상됐기 때문에 한전과 발전사들이 불요불급한 지출은 줄이는 비상경영을 하고 있고 대략 2조5000억 원 정도는 줄일 수 있을 것"이라고 답했다. 또한 "앞으로도 해외사업을 더 확대할 생각"이라며 "해외에서 수익이 나면 우리 전력요금 인상요인도 조금 내부적으로 흡수하는 희망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올 상반기 한전은 영업손실 8147억 원을 기록했다.
정부가 지난달 발표한 새만금 대규모 재생에너지 단지 조성 계획에는 "재생에너지를 대단위로 기획 개발할 수 있는 건이 있다면 의미가 크다"고 평가했다. 북한 내 전력 기술 테스트베드 조성 전망에는 "때가 되면 그런 기회가 있을 것으로 생각한다"면서도 "우리가 무엇을 미리 정해서 '이런 시기다'라고 말하긴 어렵다"고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