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주택시장 규제를 더 해가자 서울의 아파트 인허가 실적이 급격히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현 정부가 수요 억제책으로 집값을 눌러놓는다 해도 2023년께 ‘공급 절벽’이 닥쳐 집값이 다시 폭등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3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3분기까지 누적된 서울 주택 인허가 물량은 4만2210호로 전년 동기보다 42.5%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수요자의 선호도가 높은 아파트의 경우 실적 감소 폭이 더 컸다. 올해 3분기 누적 인허가 물량은 1만6749호로 지난해 동기 실적(4만4463호)에서 62.5% 줄었다.
아파트 인허가 실적에서 인허가란 착공과 분양 직전에 사업 승인을 받았다는 의미다. 정비사업의 경우 사업시행인가를 득할 때 인허가를 받는다. 이 경우 인허가가 입주 물량으로 전환될 때까지는 통상 5년이 걸린다.
서울 아파트 신규 공급의 78%가 정비사업을 통해 발생하는 것을 고려하면 대폭 줄어든 인허가가 입주 물량으로 전환되는 시점은 2023년으로 예상된다. 현 정부의 주택시장 규제로 아파트 ‘공급 절벽’이 닥치는 시점은 다음 정부의 임기 2년 차가 될 수 있는 셈이다.
올해 들어 급감한 아파트 인허가 실적은 정부의 규제로 인한 시장 불확실성이 원인으로 분석된다. 특히 재건축의 경우 안전진단 기준 강화로 사업을 추진할 수 없는 단지들이 나타났고, 재건축 초과 이익 환수로 인한 사업 지연도 발생했다.
때문에 정부가 당장 집값을 누르기 위해 공급억제 정책을 펼치며 ‘폭탄’을 다음 정부에 떠넘기는 꼴이란 지적도 나온다.
실제 수요 대비 공급 부족은 집값 상승의 핵심 요인으로 꼽힌다. 주택산업연구원의 조사에 따르면 2012~2017년 6년간 서울 아파트 수요는 연평균 4만 가구였던 데 비해 공급량은 연평균 3만1000가구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김태섭 주산연 선임연구위원은 “서울의 주택가격 급등은 수요 대비 아파트 공급 부족량이 누적된 가운데 정부 규제로 인한 매물 잠김 효과가 가중되면서 문제가 커진 것”이라고 설명했다.
대형건설사의 한 관계자는 “정부는 대출 규제로 주택 수요를 눌러놓고, 주택도시보증공사는 분양가를 통제하고 있어서 주택 공급에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며 “지금처럼 규제가 지속되면 인허가가 다시 늘어나긴 요원하다”고 말했다.
거시경제가 상승세로 돌아설 경우 공급 부족의 영향력은 더 커질 것이란 분석이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일반적으로 공급 부족이 집값 상승으로 연결되는 것은 맞지만 거시 경제 흐름과 연동해서 살펴봐야 한다”며 “지금처럼 거시 경기가 침체를 유지하면 공급이 부족하더라도 안정세를 보이겠지만 경기가 다시 살아나면 그때는 서울 집값 불안의 주요인이 될 것이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