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경기가 사실상 하강국면에 진입했다. 생산·소비·투자가 모두 부진하면서 동행지수 순환변동치가 6개월 연속 하락했다. 그나마 설비투자가 6개월간 감소세를 끊고 반등했지만, ‘반도체 효과’를 제외하면 이 역시 마이너스다. 통계청도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통계청이 31일 발표한 ‘9월 산업활동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생산과 소매판매는 전월 대비 각각 1.3%, 2.2% 감소했다. 건설기성(시공실적)도 3.8% 줄었다. 이에 따라 현재 경기를 나타내는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98.6으로 전월 대비 0.2포인트(P) 하락했다.
산업생산 중에선 광공업 감소(2.5%)가 두드러졌다. 자동차와 전자부품이 각각 4.8%, 7.8% 감소했다. 자동차는 전월 22.3% 급증한 데 따른 기저효과의 영향을 받아 감소를 부진으로 단정하기 어렵지만, 전자부품은 기저효과도 없이 2개월 연속 감소세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와 액정표시장치(LCD) 등 디스플레이패널의 수출 수요가 줄어든 탓이다.
직전 3개월간 증가세를 보였던 소비는 조정국면에 돌입했다. 의복 등 준내구재 증가(1.8%)에도 승용차 등 내구재(-7.6%)와 화장품 등 비내구재(-1.1)에서 줄었다.
그나마 투자는 건설기성 감소에도 불구하고 설비투자가 2.9% 늘었다. 이는 최근 마무리된 SK하이닉스 청주공장(M15) 증설의 영향으로 보인다. 이에 따른 효과는 내년 초까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단 반도체 효과를 제외하면 9월 설비투자도 감소로 전환된다. 전년 동월 대비로도 감소 폭이 19.3%에서 22.5%로 확대된다.
전반적인 경기 부진에 경기지수도 하락세다. 동행지수 순환변동치는 6개월, 향후 경기를 예고하는 선행지수 순환변동치는 4개월 연속으로 하락했다. 동행지수 하락에는 생산·소비·투자 부진이 모두 반영됐다. 선행지수 하락에는 소비자기대지수 하락(2.3P)이 주된 원인이 됐다.
동행지수의 경우 6개월 연속으로 감소하면 통한 경기 하강국면 진입의 신호로 읽힌다.
통계청도 “현재 경기가 좋지 않다는 것을 부정하기 어렵다”는 입장이다. 다만 경기국면 전환에 대해선 판단을 유보했다. 어운선 통계청 산업동향과장은 “국면 전환 공식화를 위해서는 주요 지표에 대한 통계적 근거와 전후 경기상황을 종합적으로 판단하고 각계 전문가의 의견을 수렴해 보완하는 절차를 거쳐야 한다”며 “전환점을 공식 선언하는 데는 일정한 시간이 소요될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