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9일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규환 의원이 한국수력원자력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이르면 내년 월성 원전의 사용후핵연료 임시저장시설이 포화된다. 한수원은 한빛 원전과 고리 원전은 2024년, 한울 원전은 2037년, 신월성 원전은 2038년이 되면 임시저장시설이 가득 찰 것으로 전망했다.
사용후핵연료와 같은 고준위 방사성 폐기물(방폐물)은 인체에 치명적인 강한 방사능을 방출하기 때문에 안전한 시설에 별도 보관해야 한다. 하지만 국내에는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이 아직 없어 각 원전에서 임시 보관하는 실정이다.
탈(脫)원전 등 에너지전환정책이 추진되면 임시저장시설 포화 속도는 더욱 빨라질 수 있다. 설계 수명이 다한 원전의 가동 기간을 연장하지 않고 원전을 폐쇄하면 폐연료봉 등 방폐물이 한꺼번에 대량 배출될 수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해 발표한 제8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서 2029년까지 설계 수명이 끝나는 노후 원전 10기의 수명을 연장하지 않기로 했다.
대안 마련이 시급하지만 정부는 늑장이다. 박근혜 정부는 2028년 고준위 방폐물 처리장 부지 선정, 2053년 가동을 목표로 재작년 ‘고준위방사선폐기물 관리 기본 계획’을 내놨다. 그러나 올해 5월 산업부는 계획 수립 과정이 민주적이지 못하고 미흡하다며 ‘고준위방폐물 관리정책 재검토준비단’을 출범시켰다. 이에 따라 고준위 방폐물 관리 계획은 공론화 과정부터 다시 거쳐야 한다.
고준위 방폐물 처리를 위한 기술 개발도 미진하다. 산업부가 김 의원에게 제출한 ‘고준위 관리단계별 핵심기술 개발현황’에 따르면 정부는 운반·저장·처분 등 방폐물 관리에 필요한 기술을 한 건도 확보하지 못했다.
김 의원은 ““고준위 방폐장 건설은 부지 선정에만 수년이 걸리는 어려운 작업인데 정부가 차일피일 (방폐물 관리) 기본계획 수립을 미루고 있다”며 “정부가 명확한 상황과 계획을 밝혀야 한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