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수제맥주협회가 종량세 도입을 거듭 촉구하고 나섰다. 기획재정부가 2020년 시행을 목표로 맥주뿐만 아니라 모든 주류에 종량세를 적용하는 개정안을 준비하겠다고 밝혔으나 국내 맥주 산업이 2020년까지 기다릴 수 없을 정도로 위급하다는 판단이다. 아울러 종량세가 도입되면 소매점 수제 맥주 가격이 30% 인하될 수 있고 향후 4년 내 4만7000여 명의 일자리 창출도 가능하다고 주장한다.
24일 수제맥주협회는 종량세를 적용할 시 생맥주 가격이 올라 서민경제에 타격을 줄 가능성은 적다고 밝혔다. 맥주 시장에서 생맥주가 차지하는 비율이 단 9%에 불과하고, 나머지 91%의 소비자가 즐기는 병맥주와 캔 맥주는 종량세 전환 시 최대 30%의 가격 하락이 가능하며 이는 편의점 수제 맥주 500㎖ 캔 기준 1000원 이상의 금액에 해당한다는 설명이다.
또한, 외식산업에서 일반적으로 소비자가 대비 원가율은 35%이며 종량세로 변경돼도 생맥주의 원가율은 27.5% 정도로 추정됨에 따라 타 메뉴 대비 원가율은 여전히 낮고 마진율이 높아 소비자가격 변동이 없거나, 있어도 변동 폭은 미미할 것으로 예상했다.
협회는 수입 맥주 '4캔에 1만 원' 혜택이 사라진다는 루머와 달리 종량세로 전환되면 수입 맥주 프로모션이 유지되는 것은 물론 신선하고 다양한 국산 수제 맥주까지 4캔 1만 원으로 즐길 수 있다고 강조한다. 다양하고 비싼 원료를 사용할수록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는 현행 종가세 하에서는 질 좋은 맥주를 다양하게 선보이고 싶어도 가격 경쟁력이 없어 대형마트나 편의점에 진출조차 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는 것.
하지만 종량세 전환 시 500㎖ 한 캔에 4000~5000원 정도 하는 소매점 수제 맥주의 가격이 30%가량 인하될 것으로 예상했다. 또한 그동안 불합리한 세금 구조로 시장에 진입하지 못했던 다수의 질 좋은 국산 수제 맥주들이 소매 채널에 신규 입점하는 동시에, 수입원가를 낮게 책정해 세금을 조금 내던질 낮은 저가 수입 맥주는 퇴출돼 고급 맥주 4캔 1만 원 시대로 맥주 시장이 재편될 것으로 내다봤다.
협회는 현행 종가세 하에서 국산 맥주와 수입 맥주의 세금 차이가 약 2배에 달해 국내 대기업 맥주회사들이 수입 맥주 포트폴리오를 확장하며 수입사처럼 기능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수입 맥주 업체들과 가장 치열하게 경쟁해야 할 국내 맥주 업계가 최대 수입업자 역할을 한다는 것. 그뿐만 아니라 해외에 공장을 설립하고 맥주를 생산해 국내로 역수입해 판매하는 것이 국내에서 맥주를 생산해 판매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는 아이러니한 상황이 벌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실제로 수입 맥주는 2012년 이후 단 6년 만에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이 4배 가까이 증가하는 등 가파르게 점유율을 높여가고 있다. 올여름에도 수입 맥주 시장은 큰 폭으로 성장해 국산 맥주 및 수제 맥주 사들의 성장에 제동이 걸렸다. 국산 맥주가 수입 맥주에 시장 점유율 20%가량을 뺏기며 올해만 5000여 개의 일자리가 없어진 것으로 협회는 추산했다.
협회 측은 현재 수제맥주 업계 청년 채용 비율이 77.5%의 수준으로, 종량세로 전환된다면 4년 이내 업체 수 350개, 고용 인력 4만7000여 명 달성이 가능하다고 내다봤다. 현행 종가세 하에서는 설비 투자에 대한 감가상각비, 임대료 등도 소비자 가격 부담으로 전가돼 젊은 청년들이 열정만으로는 시장에서 살아남기 힘든 구조이지만, 종량세 하에서는 이러한 요소들이 주세에 직접 반영되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협회 관계자는 “다양하고 질 좋은 맥주를 생산하는 국내 수제 맥주 업계는 더 이상 설 자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종량세가 도입되면 수제 맥주업체 창업과 신규 설비 투자의 즉각적인 촉진이 가능할 것”이라며 “수제 맥주사는 수입 맥주사 대비 최대 20배의 일자리 수를 창출할 수 있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