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이 복잡하다. 기자 일을 하면서 처음 느끼는 감정이다.
18일 서울 광화문 광장을 찾았다. 전국에서 택시기사들이 모여 ‘전국 30만 택시종사자 생존권 사수 결의대회’를 연 것. 집회를 주최한 택시 4개 단체는 집회 신고 당시 3만 명으로 예상했지만 인원이 7만여 명(주최 측 추산)을 넘어섰다. 주변 차도까지 안전지역을 늘릴 정도로 많은 택시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했다.
나의 아버지도 이날 광화문에 모습을 드러내셨다. 아버지는 20여 년 경력의 택시 기사다. 결의대회 현장에서 택시 기사인 아버지는 생존권 사수를 위해 카카오 보이콧을 소리 높여 외쳤다.
그동안 정부가 규제를 풀고, 카풀 서비스를 확대해야 한다는 취지의 기사를 많이 써 온 나는 아버지의 모습을 지켜 보면서 여러 생각을 하게 됐다. 아버지는 그동안 내가 쓴 기사에 대해 무어라 비판을 하신 적이 없다.
이날 택시 기사들은 카풀 앱의 불법 유상 운송행위를 반대하는 목소리를 냈다. 김성재 전국민주택시연맹 정책국장은 “택시 기사가 카풀앱의 불법 유상 운송 행위 탓에 생존권을 위협받고 있다”며 “카풀앱을 전면 반대하는 것이 아닌, 불법 유상 행위를 반대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택시 업계는 카풀 서비스를 금지하는 법안의 국회 통과를 추진하고 있다. 이에 반해 카풀 업계에서는 새로운 서비스를 내놓으며 대립의 골이 깊어지는 상황이다. 쏘카가 인수한 VCNC는 8일 새로운 모빌리티 플랫폼 ‘타다’를 선보였다. 카카오모빌리티는 16일부터 카카오T카풀의 드라이버인 ‘크루’ 모집을 시작했다. 다만 택시 업계의 강한 반대로 인해 3분기 출시가 점쳐졌던 카카오T카풀은 언제 서비스를 시작할지 기약없는 기다림을 이어가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국토교통부는 별다른 대책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카풀과 관련한 규제는 마련된 상황이지만 택시업계가 시행을 반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규제를 더 강화하기에는 카풀 업계의 반발이 심해져 이도 저도 못하고 있는 상황이다.
기자의 심정은 국토부의 현재 상황과 비슷하다. 기사에는 택시업계와 카풀업계 양쪽의 의견을 존중해 담아야 한다. 어린 시절부터 봐왔던 아버지의 직업이지만 마냥 택시업계의 입장을 대변할 수도 없다. 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손에 쥐고 있던 핫팩 두 개를 아버지 상의 주머니에 넣어드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