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6일 업계에 따르면 세븐브로이양평은 최근 수제맥주 ‘한강’을 4병에 1만 원에 판매하는 행사를 시작했다. ‘4병에 1만 원’은 수제맥주 업계에서는 처음 있는 일이다. 세븐브로이양평은 편의점 CU에서도 다음 달 1일부터 본 행사를 진행할 예정이다.
세븐브로이양평 측은 수입맥주와의 불리한 경쟁에서 살아남기 위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는 설명이다. 세븐브로이양평 관계자는 “이렇게 출혈경쟁을 불사할 수밖에 없는 이유는 주세체계가 다른 수입맥주의 가격 파괴 때문”이라며 “이로 인해 아무리 고품질의 수제맥주를 내놓아도 소비자에게 접근하기가 쉽지 않다”고 토로했다.
앞서 7월 기획재정부가 발표한 ‘2018년 세법개정안’에는 주세법 개정과 관련한 내용이 포함되지 않았다. 종가세에서 종량세로 바꿔야 한다는 국내 맥주업계의 주장이 받아들여지지 않아 업계의 불만이 쏟아지는 상황이다. 한국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자체 조사 결과 종가세 체계가 유지될 경우 향후 2~3년 안에 20~30%의 수제맥주 업체들이 문을 닫는다는 결과가 나왔다”며 “반면 종량세를 도입할 경우 수제맥주 업체수가 350개까지 늘어 약 4만6000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이 예상된다”고 말했다.
종가세를 유지하는 국내 맥주 시장의 과세체계는 수입맥주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상태다. 출고가를 기준으로 제조원가와 판매관리비, 이윤 등에 주세(종가세)가 붙는 국내맥주와 달리 출고가 신고 의무가 없는 수입맥주의 경우 관세가 더해진 수입신고가에만 주세(종량세)가 붙는다. 이로 인해 최종적으로 판매가에서 차이가 벌어지게 되고, 그 결과 수입맥주 업계의 ‘4캔에 1만 원’이 탄생하게 됐다. 이번에 등장한 수제맥주 업체의 ‘4병에 1만 원’은 이러한 불리한 경쟁구도에서 생존하기 위한 업계의 고육지책인 셈이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하이트진로와 오비맥주 등 국산 맥주들은 주세가 상대적으로 낮은 발포주로 눈을 돌리기도 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하이트진로가 출시한 발포주 필라이트는 맥주에 비해 1000억 원가량의 세금을 절약한 것으로 전해진다.
게다가 최근 들어 대기업 유통채널에서도 수제맥주 시장에 관심을 보이면서 국내 맥주시장 경쟁이 더 치열해지고 있다. GS리테일이 운영하는 편의점 GS25는 지난달 수제맥주 ‘제주 백록담 에일’을 출시했다. 6월에 수제맥주 ‘광화문’을 출시한 데 이어 두번째로, 지난달 말까지 3캔에 9900원 행사를 하는 등 가격 경쟁에 뛰어들었다.
신세계푸드가 운영하는 게스트로펍 데빌스도어 역시 8월 수제맥주 업체 ‘어메이징 브루잉 컴퍼니’와 손잡고 한정판을 선보였다. 신세계푸드 측은 급성장하는 국내 수제맥주 시장에 대응하기 위한 전략으로 이 같은 협업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이처럼 주세법은 요지부동인 상황에서 수제맥주 시장이 가격파괴 전략까지 등장할 정도로 과열 양상을 보이는 데 대해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수제맥주협회 관계자는 “정부가 적절한 시기와 방향성을 제시하며 규제를 개선해야 한다”며 “맥주업계의 가장 큰 규제인 종가세를 종량세로 서둘러 바꾸어줄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