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취직에 성공한 A(29)씨는 최근 우연히 해외주식 매매관련 이벤트를 진행한다는 한 증권사의 광고를 보고 비대면으로 주식 계좌를 처음 개설했다. 그러나 뒤늦게 여러 증권사들의 비슷한 이벤트를 알게 됐고, 조건이 더 좋은 다른 증권사의 계좌를 만들어야 할지 고민하고 있다.
해외주식에 직접 투자하는 이른바 '해외주식 직구족'이 늘어나면서 이들을 유치하기 위한 증권사들의 수수료 경쟁이 심화되고 있다. 각 증권사마다 수수료 폐지를 비롯해 소수점 단위 매매, 원화 주문 서비스에 이르기까지 내용이나 이벤트 기간이 달라 해외주식 투자를 관심이 있는 투자자라면 이를 꼼꼼히 확인해야 한다.
NH투자증권은 이달부터 미국을 비롯한 중국, 홍콩, 일본 주식거래에 부과하는 최소수수료를 없앴다. 거래비중이 높은 주요국 해외주식 최소수수료를 폐지한 건 미래에셋대우에 이어 두번째다. 최소수수료는 해외주식을 거래할 경우 매매금액과 상관없이 최소수수료를 징수하는 제도다. 최소수수료가 폐지되면 거래되금이 적은 소액투자자는 정률수수료만 내면 되기 때문에 더 유리해진다게 NH투자증권 측의 설명이다.
대신증권은 연말까지 해외증권계좌에 가입한 신규고객에게 미국 주식 거래 수수료를 1년간 면제해 준다. 한화투자증권의 경우 신규고객은 물론 기존고객도 올해 말까지 미국 주식 온라인 매매 수수료를 최소수수료 없이 0.1%로 인하해 적용한다.
신한금융투자는 업계 최초로 해외주식 '소수점 주식구매' 서비스를 도입했다. 해외주식에 관심이 높은 청년층 고객을 겨냥한 이벤트다. 예를 들어 1주에 200만 원이 훌쩍 넘는 아마존 주식을 최소 0.01주(약 2만2000원) 단위로 매수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선 아마존, 애플, 페이스북, 마이크로소프트, 테슬라, 넷플릭스, 스타벅스, 블리자드 등 미국 주식 37개 종목을 대상으로 해당 서비스를 시작한다. 한국투자증권은 연말까지 해외 주식 첫 거래 고객을 상대로 최대 20만 원까지 환율을 우대하며 교보증권은 10월 말까지 미국 주식 수수료를 기존 0.3%에서 0.15%로 낮춰주고 있다.
해외 투자는 그간 △국내보다 비싼 매매수수료와 △환전절차 △시차 등으로 진입장벽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다. 하지만 국내 증시가 미·중 무역분쟁 등으로 지지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가운데 해외주식 거래가 급증하면서 이들 투자자를 붙잡기 위해 공격적으로 수수료 할인 이벤트에 나서는 증권사들이 늘어나고 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기준 외화주식 결제금액은 179억5000만 달러로 직전 반기(134억 달러)대비 34.0% 증가했다. 불과 2년전인 2016년 62억1813만 달러에 비하면 3배 가량 늘어난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