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와 1조 원대 과징금 소송 중인 퀄컴이 칩셋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은 제조사에 대한 특허 공격은 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서울고법 행정7부(재판장 김우진 부장판사)는 15일 퀄컴이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소송 3차 변론기일을 열어 라이선스 사업부인 QTL의 알렉스 로저스 사장에 대한 증인신문을 진행했다.
앞서 공정위는 2016년 12월 이동통신 분야에서 2만5000여개의 표준필수특허(SEP)를 가진 퀄컴이 '프랜드 확약'에 따라 비차별적인 조건으로 특허를 개방해야 하지만 지키지 않았다며 시정명령과 함께 1조300억 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SEP는 제품 제조와 판매에 반드시 필요한 기술이다.
공정위는 시정명령을 통해 △모뎀 칩셋사와 특허권 계약 협상에 성실히 응할 것 △모뎀 칩셋을 볼모로 특허권 계약 강요 금지 △휴대폰 제조사와 특허권 계약 시 부당한 계약조건 강요 금지 등을 요구했다.
공정위는 퀄컴이 칩셋 라이선스를 휴대폰 제조사에만 제공하고 칩셋 제조사는 배제한 것이 시장지배적 지위 남용행위라고 봤다. 이에 따라 해당 라이선스를 얻지 못한 업체의 특허 사용을 공격하는 등 퀄컴의 '갑질 횡포'를 우려한 바 있다.
이에 로저스 사장은 "최근 퀄컴은 한국의 대규모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계약을 맺고 칩셋 제조사들이 (특허 공격에서) 보호받을 수 있는 합의를 도출했다"면서 "만약 해당 라이선스가 없는 업체에 SEP를 주장한다면 그 전에 프랜드 확약에 따라 라이선스 계약을 성실히 이행할 것"이라고 밝혔다.
더불어 로저스 사장은 칩셋 제조사에 라이선스를 제공하지 않는 것은 '업계 관행'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처음 (한국에) 들어왔을 당시 시장의 관행은 가장 큰 혁신이 일어날 단말기에 기술을 집중하는 것이었다"고 설명했다.
이어 "퀄컴이 과거에는 소수의 칩셋 제조회사와 라이선스 계약을 맺기도 했다"면서 "수만 개가 넘는 SEP를 가진 퀄컴이 부품 제조 업체, 단말기 제조 업체에 특허를 구분해 제공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또한 "단말기 업체에 라이선스를 제공할 때 주로 수입이 발생한다"며 "이게 저희 비즈니스 방법"이라고 설명했다.
한편 이날 퀄컴 측 대리인은 영업비밀 노출 등의 이유로 증인신문에 보조참가인의 퇴정을 요구했으나 재판부가 받아들이지 않았다. 재판부는 "원고 측이 신청한 증인인 만큼 영업비밀 노출에 대한 위험은 감수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재판에는 퀄컴과 공정위뿐 아니라 보조참가인 자격으로 애플, 인텔, 미디어텍, 화웨이 등 4개 업체들이 참여하고 있다. 보조참가는 소송 결과와 이해관계가 얽혀있는 제3자가 한쪽 당사자를 돕기 위해 소송에 참여하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