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버보험, 또 ‘소 잃고 외양간 고치나’…연내 요율 산정 사실상 불발

입력 2018-10-11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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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통신망법 시행령 지지부진...국내 집적 데이터도 거의 없어

가상화폐거래소 유빗은 지난해 12월 단 한 번의 해킹 충격을 이기지 못하고 파산했다. 사이버보험에 가입했지만 한도가 턱없이 낮아 무용지물이었다. 이런 위험을 방지하는 차원에서 정부 당국이 사이버보험 활성화를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턱없이 부족한 정보와, 제도적 미흡함 때문에 요율 산정 자체가 불가능한 실정이다.

10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보험개발원과 한국인터넷진흥원(KISA), 상명대학교 등이 공동으로 진행하고 있는 사이버보험 관련 요율 산출이 애당초 목표 시한이었던 올해를 넘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올해까지 사이버보험 관련 요율을 산정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작업을 진행했지만 불가능한 상황”이라고 밝혔다.

문제는 크게 두 가지다. 기본적으로 관련 데이터가 거의 없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요율을 산정하기 위해서는 집적된 데이터들이 필요한데 한국에는 그런 자료가 거의 없다”“며 ”해외자료를 활용하는 방안을 모색 중이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고 말했다.

‘정보통신망법’ 시행령도 아직 안 나온 상황이다. 시행령에서 사이버보험 가입 의무대상과 보장 범위 등이 확정된 뒤에야 관련 요율을 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보험개발원 관계자는 “현재 큰 틀에서 요율 산정을 위한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면서도 “구체적인 작업은 시행령이 나온 뒤에야 진행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업계는 내년 3월은 돼야 시행령이 나올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요율이 나온다고 해도 관련 보험상품이 나오기 까지는 더 오랜 시간이 걸릴 것으로 보인다. 한 보험사 관계자는 “잘해서 요율이 6월 의무화 전에 나온다고 해도 보험사들의 자체 검토 과정도 필요하기 때문에 실제 관련 상품이 출시될 때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최근 연이어 발생한 가상화폐거래소의 해킹과 같은 문제가 내년에도 반복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온다. 유빗 해킹 사건뿐만 아니라 올 6월에는 빗썸에서 350억 원 규모의 가상화폐가 탈취되기도 했다. 빗썸 또한 사이버보험에 가입했었다. 하지만 제3자 재산에 대한 보상을 받을 수 없어 실질적 보장을 받지 못하고 있다.업계 관계자는 “앞뒤로 전폭적 지원을 해도 모자란 상황인데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는 사이버보험의 활성화는 멀어 보인다”며 “더 큰 위험이 오고 나서야 허둥지둥할 것인가”라고 경고했다.

전 세계 사이버보험 시장에 비추어보면 한국은 걸음마 수준이다. 2016년 한국의 사이버 보험 규모는 322억 원이었다. 같은 시점 미국의 13억4000만 달러(약 1조5160억 원)보다는 턱없이 부족한 실정이다. 특히 2015년 기준 국내 기업의 사이버 보험 가입률은 1.3%에 그쳤다.

최근 정부와 당국은 사이버보험을 활성화하기 위한 움직임을 잇따라 보여왔다. 올 6월 금융위원회는 ‘손해보험 혁신·발전 방안 2단계’를 발표하면서 “사이버보험 등 새로운 위험보장 수요와 관련해 보험개발원이 통계 제공을 확대해 보험료·보험상품을 적시에 제공하겠다”고 밝혔다. 보험개발원 등에 사이버보험 요율 산출을 요구한 것도 이 일환이었다. 또 같은 시기에 과학기술정통부는 ‘정보통신망 이용촉진 및 정보보호 등에 관한 법률(정보통신망법)’ 일부개정법률을 공포, 사이버 가입을 의무화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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