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종구 금융위원장은 8일 이 같은 내용의 ‘중금리 대출 발전 방안’을 발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서민들의 이자 부담 낮춰주고, 자금 숨통 틔워주기 위해서라는데 가계 빚을 더 늘리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중금리대출은 신용등급 4등급 이하인 중·저신용자에게 연 10%대 이자로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앞서 가계대출 총량규제에서 중금리대출이 제외되면서 새로운 먹거리가 절실한 2금융권에서 중금리대출이 활성화될 것으로 전망된다. 반면 수익성과 연체율 관리가 어렵다는 우려도 공존하고 있는 실정이다. 2015년에도 일부 시중은행이 중금리 대출을 내놨지만, 연체율을 관리하지 못해 실패로 끝난 바 있다.
정부는 그동안 카드론 중금리대출 확대를 조심스러워했다. 카드론 중금리대출을 허용하면 중·저신용자가 손쉽게 가계대출을 이용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올해 3월 기준 카드론 평균 금리는 15%로 중금리대출 평균 금리 16.5%와 큰 차이가 없다. 실제로 가계대출 문턱이 높아지면서 서민들이 제2금융권인 카드론으로 몰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신한·삼성·KB국민·현대·하나·우리·롯데카드 등 7개사 카드론 규모가 20조8509원에 이른다. 지난해 17조8630억 원보다 16.7% 증가한 수치다.
이 때문에 정부는 카드 중금리대출을 허용하면서도 금리 기준을 기존 16.5%에서 11%로 낮추기로 했다. 기준 금리를 내려 카드론이 급격하게 늘어날 가능성을 줄이겠다는 것이다.
무분별한 중금리대출 확대로 카드사가 부실에 빠질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금리 상승기에 이자 상환 부담이 커지면 연체로 이어질 가능성이 크다. 한국은행에 따르면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해 4분기 1.80%에서 올해 1분기 1.96%로 올랐다.
여기에 중신용자에 대한 정보가 부족하다는 점도 약점이다. 지난해 9월 기준 신용정보가 부족한 사람 비중은 중신용자가 62.1%로 가장 많았다.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을 통해 중금리 대출 활성화를 도모했지만 성과가 미미한 이유다.
인터넷은행은 출범 명분인 저신용자 대상 중금리대출을 확대할 수 있는 발판이 마련돼 내심 반기는 눈치다. 그러나 빅데이터 활용을 위한 관련 법규가 정비되지 않는 한 공급채널 확대 이상의 효과를 거두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케이뱅크와 카카오뱅크는 내년 1월부터 서울보증보험과 협약을 맺고 사잇돌대출 상품을 출시한다. 카카오뱅크는 2022년까지 중금리대출 공급 규모를 5조1000억 원으로 늘리고, 케이뱅크도 내년에 6000억 원 규모로 중금리대출을 공급할 예정이다. 이를 위해서는 신용평가시스템(CSS) 고도화가 필수다.
하지만 빅데이터 활용을 위해 3분기로 예정됐던 신용정보법 개정이 미뤄지는 등 법적 근거가 부족해 비금융데이터(유통·통신) 정보 공유에 한계가 있는 실정이다. 금융위원회는 2015년부터 빅데이터 활성화를 논의해왔지만 ‘가이드라인’ 수준에서 ‘법제화 차원’ 논의 정도로만 진전됐을 뿐 실상 바뀐 건 없는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