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거권은 헌법이 보장하는 기본권이다. 누구나 쾌적하고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할 수 있어야 한다. 법에서 그렇게 정했다. 2018년 현 시점에 그 기본권은 모든이에게 평등하게 적용되고 있을까.
서울 집값은 이미 ‘미쳤다’. 자고 일어 나면 수천만 원, 수억 원이 뛰었다. 지방 집값도 ‘미쳤다’. 일부 지역에서 하루가 멀다 하고 집값이 떨어지고 있다. 연초 비트코인으로 형성된 ‘상대적 박탈감’이 이제 부동산 시장으로 전이됐다.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아파트 최고·최저가 350배…양극화 세상 = 서울과 지방의 부동산 양극화는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다. 그 정도가 갈수록 심각해지는 반면, 경각심은 둔해지고 있다는 게 문제다.
최근 김상훈 자유한국당 의원이 서울시와 한국감정원으로부터 받은 아파트 단지별 매매 실거래가 자료가 이목을 끌었다. 최고가 아파트 단지와 최저가 아파트 단지의 ㎡당 가격차는 무려 350배다. 서울 강남구 삼성동 현대아이파크(전용 136.404㎡, 105억3000만 원) 7719만7150원, 전라남도 고흥군 도화면 당오리에 위치한 뉴코아(전용 22.68㎡, 500만 원) 22만459원이 대척점에 있다.
서울과 지방의 격차는 10년 전에도 컸다. 국토교통부가 집계한 2008년 공시가 최고가는 서울 강남구 삼성동의 아이파크(전용 269.4㎡)로 48억2400만 원, 최저가는 전북 익산시 낭산면 용기리 아파트(전용 34.4㎡)로 310만 원으로 각각 조사됐다. 가격만 1556배 차이가 난다.
거래량도 서울은 지방을 압도한다. 지난 10년(2008~2017년)간 아파트 매매거래량(월기준) 합계를 보면 서울은 69만6274건으로 경기도(137만9738건) 다음으로 많았다. 부산, 경상남도가 4만 건대로 거래량이 어느 정도 있었던 것에 비해 전라남도, 울산은 20만 건도 채우지 못했다.
집값이 비싸고 거래량이 상대적으로 많다 보니 다주택자도 서울에 대거 포진했다. 통계청이 2012년부터 집계한 소유물건별 주택 소유자 수를 보면 2채 이상 주택을 소유한 개인의 수는 2016년 기준으로 서울은 37만3413명으로 나타났다. 경기도(44만4973건)에 이어 두 번째로 많은 수치로 부산(13만9917명), 경상남도(13만8534명), 경상북도(11만5882명)를 훨씬 웃돈다.
◇주거의 질은 ‘반대?’ 자가율·주거비 서울 ‘나쁨’ 지방 ‘좋음’ = 그렇다면 주거의 질은 어떨까. 비싼 집이 모두 내 것이 아니듯, 1000만 명에 가까운 서울 거주민이 모두 만족하는 것은 아니다. 가격이 비싼 만큼 1인당 사용할 수 있는 면적은 넓지 않다.
국토부가 집계한 지난해 자가점유율 추이를 보면 서울은 42.9%로 꼴찌다. 자가점유율이란 본인 집에 살고 있는 비율을 말한다. 서울에서는 10명 중 5명도 채 안 되는 사람만이 본인 집에서 산다는 얘기다. 점유율이 가장 높은 곳은 전남(74.8%)이었다. 이어 경북(70.9%), 전북(69.1%) 순이었다. 본인이 집을 샀지만 다른 집에서 사는 사람을 집계한 자가보유율도 서울은 최하위다. 작년 기준으로 자가보유율은 48.3%으로 수도권 평균(54.2%)에도 못 미쳤다. 평균 주거면적도 수도권(31.2㎡), 광역시(28.3㎡), 도지역(35.1㎡) 순으로 오히려 지방의 면적이 더 넓다.
내 집 마련이 어려운 서울은 주거비 부담도 크다. 국토부의 지난해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서울의 평균 연소득 대비 주택가격비율(PIR)은 10.7배로 나타났다. PIR는 자가 가구의 주택 구입 가능성 정도를 보여주는 수치로, 높을수록 부담이 크다는 의미다. 이 수치가 10배를 넘은 곳은 서울이 유일하다.
임차 가구의 주거비 부담 정도를 보여주는 월소득 대비 임대료비율(RIR)도 서울이 28.9%로 전국에서 가장 높다. 경기도(21.3%)를 제외하고 모두 10%대 수준이다.
좁고 비싼 서울을 택한 배경은 상업·의료시설, 교육환경 등 인프라 영향이 큰 것으로 해석된다. 국토부 주거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상업시설 접근 용이성 만족도(대체로 만족+매우 만족)는 서울이 87.2%로 광주(93.1%), 울산(90.9%), 대전(90%)과 비슷한 수준으로 높았다. 의료시설 접근 용이성 만족도는 87.7%, 교육환경은 86.2%로 각각 집계됐다. 서울의 인구가 1000만 명에 육박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시설 만족도는 높은 수준이다.
오준범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은 “서울에 직장인이 많은 만큼 외곽으로 나가면 통근 시간이 길어지고, 교육도 서울을 벗어나면 어려운 부분이 있다. 고령자의 경우 대형 병원이 있는 지역을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이어 “현재로서는 서울 중심 지역으로 신규 주택 공급이 거의 없는 상황에서 공급은 없고 수요는 많아 가격이 오르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