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등 반도체 관련 설비투자 증설이 일단락되면서 일반기계 수입물량이 급격히 줄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해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라고는 하나 경기지표와 유사한 흐름을 보인다는 점에서 경기가 꺾인 것은 아닌지 우려되는 대목이다. 또 국제유가 오름세가 지속되면서 교역조건도 부진한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박상우 한은 물가통계팀장은 “지난해 반도체를 중심으로 수입물량이 많았다. 최근 투자가 마무리되면서 조정과정을 거치는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일각에서 제기하고 있는) 반도체발 경제부진 우려에 대해서는 판단키 어렵다. 다만 지난해 급증에 따른 기저효과 정도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반면 일반기계 수출물량지수는 반도체와 평판디스플레이 수출호조에 힘입어 20.6% 상승한 138.36을 기록했다. 7월 24.6% 상승 이후 2개월연속 20%대 증가율을 보이며 호조세를 이어갔다.
수출물량지수는 11.2% 상승한 158.31을 기록했다. 두달 연속 10%대 상승세로 지수기준으로는 지난해 9월(162.39) 이후 최고치다. 일반기계 외에도 반도체 검사장비를 위주로 한 정밀기기가 39.7%, 직접회로와 차세대 저장장치인 SSD(솔리드 스테이트 드라이브·Solid State Drive)를 중심으로 한 전기 및 전자기기가 20.6% 올랐다.
두달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던 수송장비도 자동차 수출 감소폭이 줄고 자동차 부품 수출이 늘면서 1.1%로 상승반전했다. 반면 제1차 금속제품은 철강관을 중심으로 3.3% 감소했다.
수입물량지수는 4.0% 떨어진 130.70을 보였다. 이는 증감율 기준으로는 두달만에 하락전환한 것이며, 지수 기준으로는 2월(126.75) 이후 6개월만에 최저치를 보인 것이다.
일반기계 수입 감소 외에도 제1차 금속제품이 22.7% 급락했다. 중국의 환경규제로 가격이 상승하면서 관련 제품의 수입이 감소한 때문이다.
반면 수송장비는 BMW 화재사건에도 불구하고 랜드로버 차량 판매가 늘면서 10.4% 상승했다. 이는 3월(11.1%) 이후 5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상승한 것이다.
한단위 수출대금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순상품교역조건지수는 9.1% 떨어진 93.96을 기록했다. 6년7개월만에 가장 큰 폭으로 떨어졌던 7월(-9.5%) 감소세보단 개선된 수준이나 작년 12월(-3.5%)부터 이어진 하락세가 9개월째 지속된 것이다.
이는 원유가격 급등세가 지속되면서 수출가격(3.6%)에 비해 수입가격(14.0%)이 더 크게 오른 때문이다. 실제 8월 평균 두바이유는 전년동월대비 44.3% 상승한 배럴당 72.49달러를 기록 중이다.
수출총액으로 수입할 수 있는 상품의 양을 지수화한 소득교역조건은 1.1% 오른 148.75를 보였다. 이는 3월(1.4%) 이래 6개월 연속 오름세를 이어간 것이다. 순상품교역조건지수가 하락했지만 수출물량지수가 상승한 때문이다.
박상우 팀장은 “순상품교역조건지수 낙폭이 줄었고 소득교역조건지수도 플러스를 유지하고 있다”며 “9월은 추석연휴가 있는데다 지난해 추석을 앞둔 물량 밀어내기 등 여파로 교역조건이 나빠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