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슨앤존슨, 릴리 등 글로벌 제약사들도 개발에 도전했지만, 번번이 실패한 치료제가 바로 치매 분야다. 그런데 국내 토종 벤처기업이 치매 치료제 개발을 눈 앞에 두고 있어 화제다.
그 주인공은 바로 '메디포럼'이다.
“불행히도 치매 치료제 시장은 계속 성장할 것입니다. 60대 이상 인구가 빠르게 늘어나면서 치매 환자도 같이 증가할 것이고, 사회적 비용도 만만치 않아지겠죠.”
김찬규(59) 메디포럼 대표는 확신에 찬 듯 이 같이 말했다.
신약개발 회사인 메디포럼은 21일 치매치료제 PM012에 대한 임상3상 시험 승인을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로부터 받았다.
김 대표는 이르면 3년 안에 PM012가 품목 허가를 받을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서울시 성수동에 위치한 메디포럼 본사에서 김 대표를 만나 신약 개발과 치매 치료제 시장에 관해 자세한 이야기를 들어 보았다.
임상3상은 사람을 대상으로 약물의 의학적인 가치를 시험하는 것을 뜻한다. 약품이 출시되기 직전 단계로 동물실험 등을 거친 뒤 시행할 수 있다. 메디포럼의 치매치료제 PM012는 식약처로부터 임상3상 시험 승인을 받아 이르면 3년, 적어도 5년 이내에 품목 허가를 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대표는 PM012가 기존 치매 치료제인 도네페질 같은 약물과 달리 부작용이 없다는 점을 강조했다.
그는 “도네페질 같은 치료제의 경우 식욕 감퇴, 성욕 감퇴 같은 부작용이 따르고, 이 때문에 병원에서도 치매 확진 판정을 최대한 늦게 내린다”며 “그러나 메디포럼이 개발 중인 치매 치료제는 한약재를 원료로 쓰고 있어서 부작용이 없는 것이 특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김 대표는 “숙지황이라는 신장에 좋은 원료가 들어가는데 동물 실험에서 나온 결과에 따르면 한 번에 300g 이상 복용하면 신장에 무리를 준다고 나왔다”며 “하루 복용량이 2.4g이기 때문에 120일치를 한 번에 먹지 않는 한 안전하다는 의미”라고 말했다.
김 대표는 우리나라의 치매 치료제 시장 규모를 약 1조 원으로 추산했다. 치료제 외에 치매 환자 돌봄 서비스 등을 포함하면 시장은 더 커진다. 치매 환자 수도 빠르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알츠하이머병협회(ADI)는 전 세계 치매·알츠하이머병 환자 수가 2013년 4400만 명에서 2050년 1억3500만 명으로 3배 이상 급증할 것으로 내다봤다.
영국 케임브리지대학에서 컴퓨터 공학을 전공한 김 대표는 1996년 데이콤의 인터넷 개발 부장으로 한국에 들어왔다. 그 뒤 계속 IT 관련 사업을 해왔던 그는 2014년 배현수 경희대 한의대 교수와 인연이 닿아 2015년 천연물 신약 치매 치료제 기술 임상을 주력으로 하는 바이오 벤처 기업 메디포럼을 설립했다.
김 대표는 IT 기업과 바이오 기업을 비교할 때 바이오기업의 생명력이 더 길다고 평가했다.
그는 “IT 신기술은 개발한 지 2년도 안 돼 바로 상용화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동시에 기술 보호도 그만큼 어려운 면이 있다”며 “반면 바이오는 허가를 받기까지 오래 걸리는 단점이 있지만, 허가를 받은 뒤 수명은 길다”고 밝혔다.
현재 메디포럼은 치매 치료제에 더해 여성청결제, 건강기능식품 등도 제조·판매하고 있다. 매출의 50%는 자궁경부암 진단 시약 개발에서 발생한다. 현재 직원은 32명이며 전년 매출은 64억 원, 올해 상반기 매출은 55억 원을 기록했다. 김 대표는 연말까지 한 해 매출 120억 원을 돌파할 것이라고 자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