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사고 뒤처리를 위해 고속도로에 차를 세워두는 바람에 2차 사고가 발생했다면, 차를 세우라고 한 1차 사고의 피해자에게도 일부 책임이 있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35단독 김수정 판사는 24일 1차 사고 가해자 A 씨의 보험사가 피해자 B 씨를 상대로 낸 구상금 청구 소송에서 "B 씨에게도 20%의 책임이 있다"며 원고 일부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 5월 덤프트럭에 자갈을 싣고 올림픽대로를 지나던 A 씨는 뒤따라오던 B 씨 차 앞 유리에 돌을 튀겨 유리를 파손하는 사고를 냈다. B 씨는 사고 뒤처리를 위해 A 씨에게 차를 세우라고 했고, A 씨는 고속도로 4차로에서 비상등만 켜고 정차했다.
이후 A 씨 차를 발견하지 못한 다른 차가 A 씨 차와 충돌하는 2차 사고가 났다. 이 사고로 운전자는 사망했고, 유가족은 A 씨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해 A 씨의 보험사는 유가족에게 보험금 1억 6800여만 원을 물어줬다. 이후 보험사는 "B 씨가 고속도로 4차로에 차를 세우게 해 2차 사고가 발생한 것"이라며 B 씨에게 2차 사고의 책임을 묻는 소송을 냈다.
법원은 1차 사고의 피해자인 B 씨에게도 2차 사고의 책임이 일부 있다고 인정했다. 김 판사는 "A 씨와 B 씨는 1차 사고를 수습하기 위해 각자의 차를 모두 고속도로 4차로에 세워뒀는데 A 씨는 비상등만 켜 주의의무를 다하지 않았다"며 "A 씨와 B 씨 공동으로 사고의 책임을 부담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도로교통법은 고장이나 그 밖의 사유로 고속도로 등에서 자동차를 운행할 수 없게 됐을 때 운전자는 고장 자동차의 표지를 설치해야 하고, 그 자동차를 고속도로 등이 아닌 다른 곳으로 옮겨 놓는 등의 필요한 조치를 해야 한다고 규정한다.
다만 B 씨의 책임을 20%로 제한했다. 김 판사는 “A 씨 차에서 떨어진 자갈로 1차 사고가 발생했고, B 씨가 A 씨 차를 고속도로 4차로에 세우게 했으며, A 씨와 B 씨 모두 조치의무를 이행하지 않은 점을 고려할 때 A 씨와 B 씨의 책임을 각각 80%와 20%로 나누는 것이 타당하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