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현백 여성가족부 장관은 21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대회의실에서 이임식을 진행했다. 정 장관은 이임사를 통해 "지난 1년 2개월은 참으로 숨 가쁘게 몰아친 시간이었다"면서 "이 힘든 시기를 견뎌낼 수 있었던 것은 직원 여러분의 헌신적인 뒷받침이 있었기 때문"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특히 우리 사회를 뜨겁게 달궜던 미투운동에 대해 "미국에서 시작된 미투 운동은 글로벌 시각에서 볼 때 우리나라에서 가장 격렬하게 진행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라며 "우리 역사가 시작된 이래 6만여 명의 여성들이 단일 사안으로 광장에 모인 것은 처음 있는 일일 것"이라고 평가했다.
정 장관은 "이 엄청난 사건은 여성들이 일상에서 겪는 불안과 공포를 극복하기 위함이며 더 나아가 시민으로서 여성이 누려야 할 권리를 요구하는 것"이라며 "성희롱·성폭력 문제의 해결은 인과적으로 우리 사회의 가부장적 구조와 문화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업무 수행을 하면서 느낀 아쉬움도 전했다. 정 장관은 "미투운동 발발 당시 여성가족부는 이를 해결할 만한 연장을 제대로 갖지 못했다"며 "피해자 지원에 한계가 있었고 여성에 대한 차별과 폭력에 대응하는 정부의 권한과 역할도 여러 부처로 분산돼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도 "이 열악한 여건 속에서 '범정부 성희롱·성폭력 근절 추진협의회'가 구성돼 여가부가 컨트롤타워 역할을 맡고, 여가부 내에 9개 부처가 참여한 '성희롱·성폭력근절추진점검단'이 설치된 것은 큰 성과"라고 자평했다.
불법촬영물을 삭제하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을 강화하기 위해 '디지털 성범죄 민관협의체'를 만들고 '디지털 성범죄 피해자 지원센터'를 설립한 것도 또다른 성과로 꼽았다.
다만 "여성들이 요구하는 변화는 성차별적인 관행과 문화, 의식구조가 바뀌지 않는 한 쉽게 체감하기 어렵다"며 "부작용에 대한 논란 속에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상대적으로 여성고용을 늘리고, 성별 임금격차를 줄이는 경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것은 희망적인 조짐이다"라고 전했다.
일본군 '위안부' 문제와 관련해서는 "더 이상 한일 간의 문제만이 아니라, 지금도 곳곳에서 자행되는 전시성폭력을 향한 저항이자 인류 보편적인 휴머니즘을 지향하는 기억의 정치"라며 "지금도 지구 곳곳에서 발발하는 전쟁과 함께 등장하는 끔찍한 성폭력이 상존하는 현실에서 세계 평화와 여성인권을 위한 일본군 '위안부' 문제 연구소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고 차츰 주목받을 것"이라고 자신있게 말했다.
정 장관은 마지막으로 "여러분의 노력 덕분에 모든 정부부처에 앞서 내년 예산을 37.4% 늘리고, 여성가족부 관련 업무 종사자들의 보수를 조금이나마 현실화할 수 있었던 것은 큰 기쁨이자 보람이었다"면서 "이별은 새로운 만남의 시작이라는 말처럼 제게 보내주신 지지와 사랑을 잊지 않겠다"고 마무리했다.
이날 이임식에 참석한 여가부 직원들은 연신 흐르는 눈물을 닦으며 정 장관의 이임사를 들었다. 정 장관도 마지막 이임사를 읊을 때 떨리는 목소리를 감추지 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