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입차 시장 1위 업체인 벤츠가 8개 딜러사와 수리비 인상 짬짜미로 공정거래위원회의 과징금 부과 처분을 받았으나 법원은 처분이 부당하다고 판결했다. 벤츠가 딜러사들의 부당한 공동행위를 교사하지 않았다는 게 법원의 판단이다.
서울고법 행정6부(재판장 박형남 부장판사)는 17일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공정거래위원회(이하 공정위)를 상대로 낸 시정명령 등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공정위에 따르면 벤츠는 2009년 1월 한성자동차, 더클래스효성, 중앙모터스, 스타자동차, 경남자동차, 신성자동차, 진모터스, 모터원 등 8개 딜러사들에 수리비 산정 기준이 되는 시간당 공임 인상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 구성을 제안했다. 또 AS 부문 목표 수익률을 제시하고, 공임 인상액 결정을 위한 재무제표 제출을 딜러사들에 요청했다.
공임은 자동차 정비ㆍ수리에 들어간 작업 시간에 시간당 공임을 곱한 비용을 말한다. 일반적으로 시간당 공임은 서비스센터의 시설 규모, 지역적 위치, 작업의 난이도 등에 따라 결정된다.
같은 해 5월 벤츠는 딜러사들과의 모임에서 시간당 공임 인상 방법, 인상 금액, 인상 시점 등 구체적인 내용을 딜러사들에 알렸다. 벤츠의 수리비 청구 계정은 수리비를 누가 내느냐에 따라 C, V, W, F, I로 나뉘는데 이들은 차량 소유자가 수리비를 내는 C 계정 시간당 공임을 인상하기로 합의한 후 다음 달인 6월 C 계정 공임을 일제히 올렸다.
공정위는 이 같은 벤츠의 행위가 공정거래법 제19조에서 규정한 '부당한 가격결정 공동행위'에 해당한다고 보고, 2017년 9월 벤츠에 13억 2000만 원, 8개 딜러사에 4억 6800만 원의 과징금과 시정명령을 부과했다. 이에 벤츠는 이에 불복해 공정위를 상대로 소송을 냈다.
법원은 벤츠가 부당한 공동행위를 교사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공임 인상을 논의하기 위한 모임이 구성되기 전부터 벤츠와 딜러사 직원들이 참여하는 회의가 2003년에 시작됐는데 이 회의에서 한성자동차는 공임 인상의 필요성을 벤츠에 요구했고, 벤츠는 전반적인 시장 상황 및 여건 등을 고려할 때 공임 인상은 불가하다고 답변했다"며 "또 한성자동차 직원A는 2008년 11월 직원B, C에게 현대자동차의 공임 및 인상 예정인 공임을 조사해 보고하는 메일을 보내는 등 문제가 된 모임이 구성되기 전부터 딜러사들은 벤츠에 지속적으로 공임 인상을 요구해온 것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또 재판부는 벤츠의 통지에 따라 공임 인상이 이뤄진 것은 아니라고 봤다. 재판부는 "딜러사들은 공임 인상 방법, 시기, 인상 폭 등에 관해 벤츠와 협상 과정을 거쳤다"며 "벤츠가 일방적으로 제시하는 공임에 따라 공임을 올렸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설명했다.
이어 벤츠가 공임을 인상할 이유도 없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C 계정 공임이 인상되면 벤츠의 독일 본사나 벤츠가 비용을 부담하는 W, F계정의 공임도 함께 올라가는 관계였기 때문에 벤츠는 공임 인상과 관련해 딜러사들과 이해관계가 상충됐다"고 짚었다.
한편 8개 딜러사들은 공정위 처분에 불복해 줄줄이 소송을 냈으나 현재까지 결론이 난 2개사 모두 패소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