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12일 경제관계장관회의를 주재하는 자리서 “탄력근무제 단위기간 조정, 최저임금 인상 속도의 조절 등 시장에서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이슈에 대해 합리적인 대안을 마련해 나가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를 위해 “관계부처, 당과 청와대와도 협의를 시작하겠다”고 말했다. 구체적으로는 2020년 이후 적용분부터 최저임금 인상 속도를 늦추는 방안, 탄력근로제 단위기간을 3개월에서 6개월로 늘리는 방안 등을 언급했다.
당·청과 사전 조율이 없었다는 점에서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은 경제정책 컨트롤타워로서 선언적 성격이 강하다. 기재부 관계자는 “협의를 했다기보단 앞으로 협의를 하겠다는 의미”라며 “사전에 조율한 건 아니지만 기존에도 수차례 청와대나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단에 같은 입장을 피력해왔기 때문에 협의를 시작하는 것 자체는 무리가 없을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
우선 최저임금 인상에 대한 속도조절에 나설 가능성이 제기된다. 무엇보다 당·정·청 간 이견이 크지 않다. 청와대의 입장도 전향적이다. 청와대 고위관계자는 “청와대에서도 이미 충분히 여러 가지 문제들을 많이 (검토)해왔고, 속도조절에 대한 고민들도 갖고 있다는 말씀을 드린다”고 말했다. 여기에 최저임금 인상률은 공익위원에 좌우되는 경향이 있어 국회의 입장과 무관하게 정부의 입김이 개입될 여지가 많다.
근로시간 단축의 대안 격인 탄력근로제 확대는 합의가 쉽지 않을 전망이다. 탄력근로제의 기준기간을 확대하려면 근로기준법을 개정해야 하기 때문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이다. 하지만 민주당 내에서도 입장이 정리되지 않아 자칫 탄력근로제 문제가 당·정 갈등으로 비화할 소지가 적지않다. 7월에도 홍영표 민주당 원내대표와 김영주 고용노동부 장관 간 갈등이 표출됐다.
김 부총리의 이번 발언에 대해서도 마찬가지다. 민주당 핵심 관계자는 “근로시간을 단축할 때 부칙으로 탄력근로제를 논의한다고 했지만, 아직 주 52간 근로제가 전면 시행되지도 않았다”며 “기본적으로 저녁이 있는 삶을 보장하고 일자리를 나누는 게 근로시간 단축의 취지인데 벌써부터 탄력근로제를 확대하면 장시간 근로가 유지되는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계절적 사업으로 별도 인원이 필요한 경우에는 기간제를 채용해 운영하는 게 맞다고 본다”며 “제한적으로 탄력근로제 확대가 필요하다고 해도 그건 사회적 대화기구를 통한 이해당사자들 간 합의로 해결해야지, 정부가 나서서 입법으로 풀 문제는 아니라고 본다”고 선을 그었다.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수정 여부도 초미의 관심사다. 야권 전체가 8월 고용지표 악화와 관련해 소득주도 성장 정책의 일부 수정이 아닌 전면 폐기를 주장하는 등 여권을 압박하고 있다.
청와대는 “경제 체질이 바뀌며 수반되는 진통”이라고 말했다 여론의 뭇매를 맞았다. 청와대가 기조 유지를 강조했지만 여권 일각서 “소득주도 성장 정책에 대한 전면적인 보완책을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는 이유다. 고용쇼크에 여권 전체가 정책 수정 여부를 놓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