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측은 아직 구 부회장의 독립 경영 계획과 관련해 정해진 사항이 없다는 입장이지만, 범LG가의 새로운 계열 탄생 여부에 시장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계열 분리 이후 일부 계열사는 신용등급에도 영향을 받을 수 있어 더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한국신용평가는 최근 ‘LG그룹: 전자, 화학사업 고도화, 전장사업 강화를 통한 성장동력 확보 중’이란 제목의 리포트를 통해 LG그룹 계열 분리를 언급했다. 강병준 한신평 기업평가본부 수석애널리스트는 “LS, GS그룹 등이 계열 분리됐던 사례와 같이 향후 추가적인 지배구조 재편 가능성이 내재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며 “지배구조 재편 방향에 따라 그룹 계열사들의 신용도에 영향을 줄 수 있다”고 밝혔다.
경영권 승계 과정에서 과거와 같이 계열 분리가 발생할 경우, 분리된 그룹 신용도와 지원능력에 따라 유사시 그룹 지원가능성이 반영된 계열사 신용등급이 변화할 가능성도 있다는 설명이다. 강 애널리스트는 “향후 추가적인 계열 분리 여부와 그룹 계열사 신용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모니터링이 필요하다”고 했다.
한신평에서 계열분리에 따른 신용도 변화 가능성을 언급한 계열사는 LG상사, LG이노텍, LG CNS, LG하우시스, 서브원이다. 이들 기업은 ‘AA-’ 등급을 보유하고 있지만, LG그룹 지원능력과 지원의지를 고려해 장기 신용등급에는 1 노치(notch) 업리프트(uplift)가 반영돼 있다. LG그룹 계열사에서 만약 이들 기업이 떨어져 나간다면, 새로운 모그룹 신용도에 따라 신용등급이 낮아질 수도 있다는 얘기다.
다만 LG이노텍의 경우, 그룹 신성장동력인 전장부품(VC)사업을 LG전자와 함께 이끌어가야 한다는 점 때문에 계열분리가 쉽지 않을 수 있다는 의견이 나온다. 일각에선 ‘구광모 호’ 2인 자인 권영수 ㈜LG 부회장이 지난 5일 서울 마곡 LG사이언스파크 내 LG이노텍을 방문한 것에 의미를 부여한다. 재계 한 관계자는 “LG이노텍은 전자·디스플레이·통신과 두루 협업할 수 있는 중요한 회사”라며 “권 부회장의 현장 방문은 계열분리설로 동요하는 임직원들을 안심시켜주는 효과도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재계 및 투자은행(IB) 업계 등에 따르면 LG그룹은 구 부회장을 중심으로 계열분리를 위한 사전 작업을 시작한 것으로 전해졌다. 그룹 내 어떤 계열사를 떼어갈지는 확정되지 않았으나, 자문기관을 통해 3~4개 안을 두고 고심 중이라는 전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