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태오<사진> DGB금융그룹 회장이 1년 여의 인수·합병(M&A) 과정 끝에 하이투자증권을 품었다. 외부출신의 한계로 그간 퇴직 임원들이 반발하는 등 각종 내홍을 겪었지만 이번 인수를 통해 조직 내 장악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12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DGB금융은 하이투자증권을 자회사로, 현대선물을 손자회사로 편입한다. 이번 인수로 지방은행 중 최초로 은행과 증권, 보험 등 금융 전 부문을 아우르는 종합금융그룹으로 도약하게 된다.
올 5월에 취임한 김태오 회장은 제1과제로 하이투자증권 M&A를 내세울 만큼 공을 많이 들였다. 취임식 바로 다음 날 금융감독원을 방문해 비자금 조성 및 채용비리 의혹 등 일련의 사태를 수습하고 개선 조처를 하겠다는 ‘경영정상화 이행각서’를 제출하고, 윤석헌 금감원장에게는 직접 인수 타당성 의견을 전달했다. 또 6월에는 최종구 금융위원회 위원장을 만나 인수 의지를 보여주기도 했다.
지주회사의 자회사 편입을 위해서는 금감원의 심사를 거쳐 금융위의 최종 승인을 받아야 한다. DGB금융은 지난해 12월 하이투자증권 편입을 위한 대주주 적격성 심사에서 금감원으로부터 서류 보완 요청을 받은 후 심사가 중단됐지만, 김 회장이 지배구조 개선안을 포함한 ‘인적 쇄신’안을 금감원에 약속하며 인허가 재심사를 위해 노력했다.
인적 쇄신 과정에서 내홍도 만만치 않았다. 김 회장은 조직 내 ‘성골’ 출신이 아닌 외부인사로 왔다. 그간 각종 비리와 연루된 임직원들을 교체했고, 이 과정에서 대구상고와 영남대를 나온 일명 ‘박인규 라인’을 정리했다. 그룹을 떠나게 된 임원 11명 가운데 9명이 김 회장에게 공개질의서를 보내며 해고에 반발했다.
하지만 김 회장은 이번 인수를 통해 혼란스러운 조직 내 분위기를 잡고 장악력을 확보할 수 있게 됐다. 앞으로 DGB금융그룹의 계열사(손자회사 포함)는 현재 9개사에서 12개사로 늘어나게 된다. 그룹이 목표로 한 2020년까지 총자산 100조 원, 당기순이익 6000억 원 달성을 위한 중기목표 달성에도 한 발짝 다가섰다. 김 회장은 “이번 증권사 편입이 그룹의 새로운 도약을 위한 성장동력이 될 것으로 확신하며 앞으로 혁신적이고 다양한 금융서비스로 고객의 신뢰에 보답하겠다”고 밝혔다.
한편 DGB금융은 10월 중 하이투자증권 주주총회를 개최하고 11월 중 증권사의 자회사인 하이자산운용의 손자회사 편입신고를 진행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