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김정은 정권이 허가한 시장이 날로 확대돼 북한 경제 부활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연구 조사 결과가 나왔다.
최근 미국 전략국제문제연구소(CSIS)는 ‘시장들: 북한에서 사(私)경제와 자본주의?‘라는 보고서를 통해 이같이 주장했다.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에는 1990년대 대규모 기아 사태를 겪었던 ‘고난의 행군’ 당시 시장이 하나도 없었지만 이후 조금씩 생겨나기 시작했고, 10년 전에 비해 2배로 늘어났다. 현재 북한에서 공식 인가를 받은 시장은 436개로 추정되며 시장에는 최소 60만 명이 종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특히 북한 전역에서 상품과 음식, 의약품을 판매하는 공식 시장과 비공식 시장(장마당)의 숫자가 증가하고 있다고 보고서는 전했다. 이는 많은 북한 주민이 그들의 생계를 이제 국가보다 시장에 의존하고 있음을 시사한다. 보고서는 북한의 사회주의 배급 체제는 소비에트연방(옛 소련) 해체로 지원이 끊기면서 무너지기 시작했으며 북한에서 공식 및 비공식 시장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 시기를 거치면서 생겨났다고 설명했다.
북한 정권은 도시와 농촌 지역을 중심으로 생겨난 시장에서 이뤄지는 거래에 일종의 세금을 매기고 있고, 그 규모는 연간 약 5680만 달러(약 633억여 원)에 이르는 것으로 추정됐다. 시장의 규모는 지역별로 다양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작은 것은 약 260㎡ 정도이지만, 청진시에 있는 가장 큰 시장은 약 2만3225㎡에 이른다.
시장의 확대로 ‘돈주(또는 돈주인)’들의 역할도 부각되고 있다. 돈주는 북한에서 시장을 주 무대로 활동하면서 돈을 융통하는 업자를 지칭한다. 북한의 사금융은 돈주를 중심으로 형성된다. 이들은 무역과 관광 등을 통해 부를 축적한 신흥자본가이며 대출, 환전 등의 업무를 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북한에서 사기업은 불법이지만, 국영기업과 연관된 사업은 허용된다. 돈주는 이 과정에 관여하며 부를 축적한다. 일부는 주택 건설이나 공장 생산용 원료 구매 등의 사업 개시와 확장에 자금을 대기도 한다고 보고서는 설명했다. 이처럼 북한에서 확산되고 있는 시장 네트워크가 경제를 되살리라는 김정은 국무위원장의 특명을 수행하는 데 있어서 중요한 요소로 떠오르고 있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시장 확대가 국제사회의 제재로 압박받는 북한 당국에는 상대적으로 안정된 수입원의 역할을 하고 있고, 나아가 김 위원장이 경제건설 사명을 달성하기 위한 또 하나의 열쇠가 되고 있다고 보고서는 진단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초 신년사에서 ‘핵무력 완성’을 선언하고 이제부터 경제 발전에 힘을 쏟아야 한다면서 ‘사회주의 경제건설 총력노선’을 추구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