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츠, 임의로 시용기간 연장한 뒤 계약해지...부당해고"

입력 2018-09-04 08: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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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로자의 시용기간을 임의로 연장한 뒤 능력이 부족하다며 계약해지를 통보한 벤츠의 처분은 '부당해고'라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서울고법 행정10부(재판장 원익선 부장판사)는 3일 주식회사 메르세데스벤츠코리아가 중앙노동위원회를 상대로 낸 부당해고구제 재심판정 취소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했다고 밝혔다.

2015년 10월 벤츠에 경력직 사원으로 입사한 A 씨는 "3개월간 시용근로자로 채용한다. 그러나 사측의 합리적 재량에 따라 시용기간을 3개월까지 연장할 수 있다. 최초 혹은 연장된 시용기간 동안 사측의 근로관계는 즉시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의 시용계약을 맺었다. 시용계약은 정식 근로계약을 체결하기 전 사용자가 근로자의 업무능력, 자질, 인품, 성실성 등을 일정 기간 관찰ㆍ판단한 뒤 채용 여부를 결정하는 제도다.

시용계약 중 '최초 혹은 연장된 시용기간에만 근로계약이 종료될 수 있다'는 내용에 따라 사용자가 시용기간을 연장하기 위해서는 최초 시용기간이 만료되기 전, 근로자에게 시용기간 연장을 통보해야 한다. 그러나 벤츠는 A 씨에게 아무런 통보도 하지 않고 시용기간을 임의로 연장했다. 이후 벤츠는 A 씨의 능력이 부족하다며 한 차례 연장한 시용기간이 만료되기 전 근로계약을 해지를 통보했다.

이에 A씨는 벤츠가 근로계약을 어기고 임의로 시용기간을 연장했기 때문에 벤츠에 계약기간을 해지할 권한이 없고, 설령 적법하게 시용기간을 연장했다고 해도 채용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다며 노동위원회에 부당해고구제 신청을 했다. 노동위원회는 A 씨의 신청을 받아들였으나 벤츠는 이에 불복해 소송을 냈다.

벤츠는 "부서장과 인사팀장은 최초 시용기간이 만료되기 전 A씨에게 시용기간을 연장한다고 고지했다"며 계약을 위반하지 않았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A 씨는 시용기간 연장과 관련해 사측에 아무런 통보를 받지 못했다고 맞섰다.

1,2심 재판부 모두 A 씨의 손을 들어줬다. 1심 재판부는 "A씨에게 시용기간 연장을 알렸다는 부서장의 진술은 일관성이 없고, 이 사건 소송이 제기되기 전 인사팀장이 제출한 진술서에는 시용기간 연장을 통보했다는 내용이 없는 반면, 소송이 제기된 후 작성한 진술서에는 A 씨에게 시용기간 연장을 통보했다는 내용이 기재돼 있다"고 지적했다.

재판부는 또 계약에 따라 시용기간이 적법하게 연장됐다고 해도 벤츠가 A 씨의 채용을 거절할 합리적 이유가 없어 그 자체로 부당해고에 해당한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에 대한 평가 자료는 부서장이 작성한 시용확인서가 전부인데 그 안에는 팀워크, 인상, 신뢰성 등 정성적인 평가요소가 있다"며 "이는 평가자의 주관적 판단에 의해 좌우될 수 있어 객관성과 합리성을 인정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또 "1차 시용기간에는 핵심업무수행능력과 신뢰성 부분에서 정규직 기준에 충족한 것으로 평가됐다가 2차 시용기간에는 정규직 기준에 미달하는 것으로 평가됐는데 평가가 뒤바뀐 이유에 대해 벤츠는 아무런 근거를 제시하지 못했다"고 짚었다.

2심 재판부 역시 "사측이 항소하면서 당심에서 주장하는 사유는 1심에서 이미 주장한 내용과 크게 다르지 않은 바 1심의 사실인정과 판단은 정당하다"고 결론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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